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등 도덕성 논란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등 도덕성 논란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 출범이 ‘위장전입’ 암초에 걸렸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부인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에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두 차례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결국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란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야당 측은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청와대의 첫 사과

임 실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회 청문위원들에게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제시한 ‘5대 인사’ 원칙에 따라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임 실장은 “저희는 마땅히 그 취지가 훼손되지 않게 어느 때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인사 검증과 관련, “저희로서는 관련 사실에 대해 그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그리고 시점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입장 표명은 야당이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보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공약 파기 아니냐’는 질문에 “공약 취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취지를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 후보자의 사전인사 검증과 관련해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곧바로 지명이 이뤄진 이 후보자에 대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검증을 했지만 위장전입 사실은 본인과 청와대가 모두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위장전입 의혹의 사전 인지와 지명 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청문 과정에서 다뤄질 문제라 조심스럽다”면서도 “청와대는 비난받을 만한 위장전입의 성격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세 높인 야당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입장 표명과 관련,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하니만 못한 발표를 한 것”이라며 “앞으로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정권 입맛에 맞춘 고무줄 잣대 인사 독주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지금 야당이라면 이 후보자는 낙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면서 “여당이 되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인선 발표는 대통령이, 사과는 비서실장이 하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그동안 각료 발표와 설명을 문 대통령이 했으니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문 대통령이 직접 했어야 옳다”며 “문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뒤집겠다면 떳떳하게 나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인준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국민의당도 공격에 가세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웬만하면 물건을 팔아주고 싶지만 워낙 물건 하자가 심해 팔아줄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손성태/서정환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