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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어를 위한 기억 조작…진실을 무너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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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이주영 < 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
    방어를 위한 기억 조작…진실을 무너뜨리다
    뇌과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미국 마이클 가자니가는 《뇌는 윤리적인가》에서 “인간의 뇌는 과거에 대한 잘못된 기억을 확실하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한 측면에만 주목할 수도 있다. 첫 번째 회상과 두 번째 회상이 다를 경우 조화하려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고 했다.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한 것이고 기억에 대한 믿음 역시 방어 본능의 소산일 수 있다는 것이다.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연출 박선호·극본 권기영)는 트라우마와 편견, 기억 상실을 다룬다. 사법연수원생 은봉희(남지현 분)는 전 남자친구 장희준(찬성 분) 살해 혐의로 피의자가 된다. 기소한 검사는 은봉희의 검사 수습기간을 지도한 대쪽 검사 노지욱(지창욱 분). 공교롭게도 둘은 연인의 외도에 따른 트라우마로 각자의 상황에 연민을 갖고 있다.

    피해자가 지방검찰청장 아들이어서 이유를 불문하고 유죄를 끌어내야 하는 지욱은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나오자 고민 끝에 기소를 중지하고 법복을 벗는다. 자유는 얻었으나 이미 ‘국민 살인녀’로 세상에 각인된 봉희. 왕따 속에 사법연수원을 나와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으나 세상 사람의 편향된 기억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다. 가자니가의 주장대로 인간의 뇌는 기억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물며 자신의 기억을 합리화하기 위해 범법 행위도 서슴없이 한다. 지검장 장무영(김홍파 분)은 봉희를 유죄로 만들기 위해 증거 조작은 물론 미행과 협박을 일삼는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로서의 분노가 편견을 넘어 범죄 행위로까지 나아간 것이다. 합리적인 판단을 권하는 지욱 역시 지검장의 모함으로 결국 대형 로펌에서 나온다.

    겉으로는 ‘밀당’(밀고 당기기)과 설렘이 교차하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극의 중심은 연쇄살인범이 존재하는 스릴러다. 매회 혈흔이 낭자한 범행 장면이 나오고 과도한 협박이 동반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아전인수 격 사고는 당연지사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지욱의 절친인 지은혁(최태준 분)과 외도해 도피 유학 후 수년 만에 다시 지욱에게 접근하는 차유정(나라 분)이나, 봉희의 연인이던 희준과 외도해 놓고도 봉희를 ‘국민 살인녀’라고 폄하하고 다니는 나지해(김예원 분)도 자신들의 잘못은 봉합하고 기억을 조작해 방어하는 인물들이다. 진실과 법망을 넘어서 자기방어의 국보급 기술을 지닌 이들이 모두 법조인이라는 사실은 또 다른 아이러니다.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은 극한으로 몰려도 긍정의 에너지로 진범을 찾아 헤매는 봉희와 인류애라는 대명제로 봉희를 연민하는 지욱, 지욱의 조력자인 방 계장(장혁진 분) 정도다. 이들이 정상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고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며 바로잡고자 하는 모습은 수없이 반복되는 자기 본위의 기억으로 정의가 무엇인지 망각해가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욱과 봉희는 살아남기 위해 진범을 잡는 데 몰두한다. 이들이 수임하는 사건들은 봉희를 ‘국민 살인녀’로 만든 진짜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방어를 위한 기억 조작으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게 된 법조인과 기억 상실로 같은 패턴의 범죄를 번복하는 연쇄살인마의 차이는 무엇인가. 설렘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를 들춰내면 스릴러물 그 이상의 긴장이 존재한다. 나 역시 기억의 조작을 반복하며 누군가를 폄하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주영 < 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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