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투자조합의 M&A…호재성 공시 내고 시세차익 나자 '먹튀' 돌변
코스닥시장에서 투자조합 등이 상장기업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뒤 시세차익만 챙기고 빠져나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경영 참여가 아니라 단순 투자 목적으로 기존 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뒤 시장에서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 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와 달리 경영권 지분(구주)은 보호예수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랙박스와 내비게이션 등을 만드는 이에스브이는 25일 1억1300만주(2407억원)가 거래되면서 보합(2230원)에 마감했다.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14.1%까지 하락했다가 최대주주인 코스닥기업 코디엠의 장내 매수 소식에 낙폭을 만회했다. 이틀 연속 삼성전자에 이은 거래대금 2위(코덱스 제외)를 기록했다.

거래가 대거 터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최대주주였던 투자조합 티엠에이치 컨소시엄의 대량 매도 때문이다. 이 조합은 이에스브이 2200만주(29.1%) 전량을 장내에서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금액으로 500억원 안팎에 이른다.

최대주주에 오른 지 넉 달여 만의 일이다. 티엠에이치 컨소시엄은 올해 1월 최대주주였던 이종수 대표에게서 해당 지분을 229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2월 주식 분할(1주→5주)을 결정하고, 3월엔 100%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액면분할과 무상증자를 감안한 주당 인수금액은 1045원이다. 이번 장내 매도로 넉 달여 만에 250억원가량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조합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려 상장사 경영권을 인수하는 사례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투자조합은 주로 개인(조합원) 자금을 모아 결성한 민법상 조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투자조합이 상장사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 사례는 지난해 33건(창업투자회사 제외)으로 2015년 9건에서 267% 늘어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조합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면 유상증자와 달리 보호예수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신사업 진출을 발표하거나 호재성 공시를 내는 방식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