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70년 연구가 밝힌 흙수저 탈출법
‘실패할 운명은 타고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영국에선 70년간 대규모 인간 연구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1946년 시작된 ‘라이프 프로젝트’다. 7만여 명의 아이들을 출생부터 사망까지 신상 변화와 성적, 직업과 소득 등에 대해 낱낱이 추적해 조사했다. 연구 결과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인생 초기 몇 년이 나머지 인생을 크게 좌우하고, 특히 부모의 소득 수준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면 학업 성취도가 높고 좋은 직업을 얻었다. 반면 가난한 가정의 아이는 성적이 낮을 뿐만 아니라 대를 이어 가난했다. 부유한 집안의 아이는 가난한 집안의 아이보다 소득이 25%나 높았다. 그렇다면 결국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의 수석 에디터 헬렌 피어슨은 《라이프 프로젝트》에서 이 연구에 숨겨진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6년간 이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를 다시 분석한 그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해낸 사람들과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자들도 “인생은 유연하고 가변적이기 때문에 운명의 사슬을 끊고 건강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2000년대 들어선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부모의 직업과 소득보다는 부모가 좋은 ‘학습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아이의 지능과 사회성 발달에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여행을 함께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아이 스스로의 의지도 중요하다. 저자는 “축복받지 못한 배경을 극복한 사람들은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의지가 확고했다”고 강조한다. (이영아 옮김, 와이즈베리, 392쪽, 1만8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