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단위 원자(原子)에서 얻은 영감으로 몸짓 탐구"
과학과 기술이 ‘몸의 언어’인 춤 속에 녹아들었다. 인지과학·뇌과학자 등과 협업하며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안무 언어를 써온 영국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사진)의 실험이다. 로열발레단의 상주 안무가이기도 한 그가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 인간의 몸과 움직임의 근원을 탐구한 작품 ‘아토모스(atomos)’를 26~27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더 이상 자르거나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인 원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 호기심은 인간의 몸을 어떻게 하면 원자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갔습니다. ‘아토모스’는 이런 질문과 그에 대한 제 나름의 발견을 담은 작품입니다.”

공연에 앞서 25일 한국에 들어와 기자들과 만난 맥그리거는 이렇게 ‘아토모스’를 소개했다. 작품명인 ‘아토모스’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로, 원자(atom)의 어원이다.

‘아토모스’ 안무의 원천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1980년대 영화 ‘블레이드 러너’다. 그는 “영화 전체를 1200개 부분으로 나눈 뒤 그것을 재해석해 작품을 위한 색채와 추상적 움직임의 형태를 얻어냈다”며 “이 형태들을 연습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띄워두고 안무를 확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최신 기술이 안무 창작 과정에 활용됐다. 그는 무용수들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과 생체정보의 변화를 기록했다. 과학자들이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을 갖춘 ‘가상의 몸’을 탄생시켰다. 그는 이 가상의 몸을 통해 인간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다른 몸과 상호작용하는지 분석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그가 안무에 기술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기술은 기존 관습과 다른 낯선 움직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익숙하고 패턴화된 몸짓에서 벗어나 새로운 움직임을 도출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토모스’는 3차원(3D) 안경을 쓰고 공연을 관람하는 독특한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공연 중반 30분가량 무대 위에 모니터 7대가 등장해 강렬한 색감과 기하학적 이미지의 3D 그래픽 영상을 내보낸다. 그는 “소우주 같은 또 다른 세계가 무대에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