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세계] 문 대통령이 주문한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 원조는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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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계급장 없는 토론을 주문했다.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받아쓰기와 결론 없는 회의를 강조하며 계급장 없는 토론을 당부한 것이다. 수석·보좌관 회의 참석 대상은 대통령과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경호실장 등 청와대 4실장과 수석비서관·보좌관·국가안보실 1·2차장 등 총 18명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정책, 안보, 정무로 크게 구분되는데 정부 부처가 칸막이들이 있듯이 청와대도 (시간이 흘러가다보면) 칸막이들이 생겨나게 된다”면서 “정책적인 사안이나 안보에 관한 것이더라도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싶은 사안들은 여기에서 같이 공유하고 논의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과거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사례를 들면서 분야별 칸막이를 없애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미리 정해진 결론은 없다”면서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언제든지 발언할 수 있다. 받아쓰기도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님 지시사항에 이견을 말씀드릴 수 있느냐”고 웃으며 묻자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은 토론이 치열하게 이뤄졌던 노무현 정부를 연상케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의 토론문화가 활성화됐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은 주말에 청와대에서 측근들과 함께 맞담배를 피며 토론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한다.
대통령을 향해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는 말이 나온 것도 바로 노 정부 때다. 그런 분위기가 있었으니 가능한 말이었다. 이 말을 한 주인공은 지금은 고인이 된 김근태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다.
김 원내대표가 이 발언을 한 것은 2004년 6월 14일이다. 노 대통령이 며칠 전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만찬 자리에서 “(아파트 분양 원가 관련)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내 생각을 모르고, 또 내가 정책에 참여하지 않으니까 원가공개를 공약했는데 다시 상의하자”며 “이는 결론이 어디로 나더라도 개혁의 후퇴가 아니라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원내대표가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자”며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계급장 떼고’라는 표현은 모든 것을 열어놓고 본격적으로 토론하자는 뜻”이라면서 “그 표현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청와대가 누르는 모양이 되면 토론이 어렵다는 의미에서 사용했다”고 말했다. ‘계급장 발언’에 노 대통령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6월 30일에 노 대통령은 개각을 단행한다. 신임 복지부 장관이 된 인물은 다름 아닌 김 원내대표였다.
노 대통령이 김 원내대표의 ‘계급장 발언’에 대해 언급한 것은 2년 후였다. 2006년 8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노 대통령이 오찬회동을 했고, 당시 당 의장이 김근태였다. 이날 오찬 분위기는 낮은 지지율과 당청간 인사갈등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노 대통령은 인사갈등에 대해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강조하며 “(2년 전) 김 의장은 나에게 계급장 떼고 맞붙자고 했지요”라고 말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받아쓰기와 결론 없는 회의를 강조하며 계급장 없는 토론을 당부한 것이다. 수석·보좌관 회의 참석 대상은 대통령과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경호실장 등 청와대 4실장과 수석비서관·보좌관·국가안보실 1·2차장 등 총 18명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정책, 안보, 정무로 크게 구분되는데 정부 부처가 칸막이들이 있듯이 청와대도 (시간이 흘러가다보면) 칸막이들이 생겨나게 된다”면서 “정책적인 사안이나 안보에 관한 것이더라도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싶은 사안들은 여기에서 같이 공유하고 논의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과거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사례를 들면서 분야별 칸막이를 없애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미리 정해진 결론은 없다”면서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언제든지 발언할 수 있다. 받아쓰기도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님 지시사항에 이견을 말씀드릴 수 있느냐”고 웃으며 묻자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은 토론이 치열하게 이뤄졌던 노무현 정부를 연상케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의 토론문화가 활성화됐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은 주말에 청와대에서 측근들과 함께 맞담배를 피며 토론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한다.
대통령을 향해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는 말이 나온 것도 바로 노 정부 때다. 그런 분위기가 있었으니 가능한 말이었다. 이 말을 한 주인공은 지금은 고인이 된 김근태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다.
김 원내대표가 이 발언을 한 것은 2004년 6월 14일이다. 노 대통령이 며칠 전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만찬 자리에서 “(아파트 분양 원가 관련)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내 생각을 모르고, 또 내가 정책에 참여하지 않으니까 원가공개를 공약했는데 다시 상의하자”며 “이는 결론이 어디로 나더라도 개혁의 후퇴가 아니라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원내대표가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자”며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계급장 떼고’라는 표현은 모든 것을 열어놓고 본격적으로 토론하자는 뜻”이라면서 “그 표현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청와대가 누르는 모양이 되면 토론이 어렵다는 의미에서 사용했다”고 말했다. ‘계급장 발언’에 노 대통령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6월 30일에 노 대통령은 개각을 단행한다. 신임 복지부 장관이 된 인물은 다름 아닌 김 원내대표였다.
노 대통령이 김 원내대표의 ‘계급장 발언’에 대해 언급한 것은 2년 후였다. 2006년 8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노 대통령이 오찬회동을 했고, 당시 당 의장이 김근태였다. 이날 오찬 분위기는 낮은 지지율과 당청간 인사갈등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노 대통령은 인사갈등에 대해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강조하며 “(2년 전) 김 의장은 나에게 계급장 떼고 맞붙자고 했지요”라고 말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