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배려와 경청의 중요성
새 대통령이 청와대로 이사하려는 데 한 민원인이 찾아와 “정부와 건설회사의 유착으로 피해를 봤다”며 호소했다는 뉴스를 봤다. 이를 본 영부인이 따뜻하게 맞이해 식사 대접을 받고 돌아갔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건물을 임차해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던 민원인이 철도 공사로 해당 건물이 철거됐으나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내용이다. 현행 법령은 공익사업 대상이 된 부동산에 대해 소유자의 재산권은 보호하지만 임차인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약한 면이 있다.

예컨대 재개발 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추진된다. 그 지역에서 임차해 살고 있거나 영업하는 세입자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이주보상비 정도의 금전 보상을 받는 임차인은 그 돈으로는 대체 지역을 찾기 어렵다.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경우라면 투자 비용도 회수하지 못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청사나 법원, 검찰청 앞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는 민원인을 볼 수 있다. 서울 서초동 법원·검찰청사 앞에서 자신이 받은 판결이 부당하다며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와 판사를 징계하라는 펼침막을 몇 년째 들고 있는 1인 시위자도 있다.

이런 장기 미제 민원 문제는 현행 법제도에 의한 거의 모든 구제 절차를 다 거치고도 억울하다는 것이어서 해소 방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종 민·형사소송, 행정소송을 다 거치고 심지어 대법원에서도 확정된 사안을 갖고 청와대나 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를 통해 호소하곤 한다. 영부인에게 식사 대접을 받은 민원인의 사례도 대통령이 설사 직접 나선다 해도 법적으로 명쾌한 보상을 해줄 수 없는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원의 상당수는 자초지종을 들어주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배려와 경청만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도 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더라도 수년간 끌어오던 재판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컷 했으니 소송을 그만하겠다고 해서 사건이 종결된 적이 있다. 장화홍련전에도 밤마다 찾아온 자매의 원혼에 놀라지 않고 사정을 듣고 억울함을 풀어준 평안도 철산부사 정동우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영부인의 자리가 민원을 해결해주는 직책은 아니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을 보니 우리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은 역시 경청과 배려가 아닌가 싶다.

고원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wonseok.ko@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