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 변동성 줄었다?…금융당국의 이상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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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치 테마주 거래를 사전 예방해 자본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
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의 대선 정치테마주 대응 성과 보도자료를 뿌렸다. “147개 테마주의 주가 변동이 작았고 주가 이상 급등도 막았다”는 ‘자화자찬’성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금융당국은 테마주 시가총액을 모두 더한 값이 대선 기간에 기준시점(대선 1년 전) 대비 최대 얼마나 올랐는지를 잣대로 변동성을 비교했다. 이를 근거로 18대 대선에서 62%였던 주가변동률이 이번에 25%로 낮아졌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47개 테마주에 관련된 대선 후보는 10명.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한 후보가 급부상하면 관련 테마주가 오르고, 다른 후보 테마주 주가는 폭락하는 ‘상쇄 효과’가 일어났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2월2일에도 그랬다. 테마주 지엔코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그 사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 테마주인 인터엠은 한때 27%나 올랐다. 이틀 만에 투자금의 절반을 날린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이상 과열’이 조기 진화됐다는 금융당국의 진단도 낯뜨겁다. 정부는 근거 중 하나로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테마주가 14개로 18대 대선(23개)에 비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2015년부터 가격 제한폭이 상하 30%로 커진 만큼 연속 상한가가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테마주인 지엔코는 주가가 열 배 가까이 올랐으며 안랩은 상한가 없이도 평소보다 세 배가량 상승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지난해 9월12일엔 코스닥 거래량의 26.36%가 정치 테마주(시가총액 1.37%)에서 발생했다.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홍보하려면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주가 조작 범죄를 처벌하겠다는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의도라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지만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기업은 21곳. 현재까지 한 개 기업에 대해서만 고발 조치를 완료했다.
김우섭 증권부 기자 duter@hankyung.com
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의 대선 정치테마주 대응 성과 보도자료를 뿌렸다. “147개 테마주의 주가 변동이 작았고 주가 이상 급등도 막았다”는 ‘자화자찬’성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금융당국은 테마주 시가총액을 모두 더한 값이 대선 기간에 기준시점(대선 1년 전) 대비 최대 얼마나 올랐는지를 잣대로 변동성을 비교했다. 이를 근거로 18대 대선에서 62%였던 주가변동률이 이번에 25%로 낮아졌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47개 테마주에 관련된 대선 후보는 10명.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한 후보가 급부상하면 관련 테마주가 오르고, 다른 후보 테마주 주가는 폭락하는 ‘상쇄 효과’가 일어났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2월2일에도 그랬다. 테마주 지엔코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그 사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 테마주인 인터엠은 한때 27%나 올랐다. 이틀 만에 투자금의 절반을 날린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이상 과열’이 조기 진화됐다는 금융당국의 진단도 낯뜨겁다. 정부는 근거 중 하나로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테마주가 14개로 18대 대선(23개)에 비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2015년부터 가격 제한폭이 상하 30%로 커진 만큼 연속 상한가가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테마주인 지엔코는 주가가 열 배 가까이 올랐으며 안랩은 상한가 없이도 평소보다 세 배가량 상승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지난해 9월12일엔 코스닥 거래량의 26.36%가 정치 테마주(시가총액 1.37%)에서 발생했다.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홍보하려면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주가 조작 범죄를 처벌하겠다는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의도라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지만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기업은 21곳. 현재까지 한 개 기업에 대해서만 고발 조치를 완료했다.
김우섭 증권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