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기간제 교사 두 명에 대해 순직 인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정교사가 휴직하거나 파견을 갔을 때 임시로 채용되는 계약직 교사인 기간제 교사는 ‘교단의 비정규직’이다. 기간제 교사는 임금 업무 등 여러 측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일선 교육현장의 비교육적 문화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많다.

◆학령 인구 감소로 정교사 채용 꺼려

교단 10% 달하는 기간제 교사, 새 정부서 볕들까
“세월호에서 숨진 기간제 교사의 순직 처리 기사를 보고 한참 울었어요. ‘기간제 교사도 교사다’는 선언처럼 들렸거든요.” 7년간 다섯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 A씨(35) 얘기다.

교사의 임금은 호봉(근무 연수)에 따라 정해지는 만큼 기간제 교사도 정교사와 같은 임금을 받는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퇴직해야 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등 복리 후생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다. 매년 계약이 갱신되고 한 학교에서 최대 4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정교사의 휴직 등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기간제 교사 채용을 줄이도록 시·도교육청에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1999년 기간제 교사는 전체 교사(30만7899명)의 1.6%(4988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만6666명으로 전체 교원(49만1152명)의 9.5%에 달했다.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10명 중 한 명은 기간제 교사인 셈이다.

출산율 감소로 학령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립학교들이 정교사 채용을 꺼리는 게 주된 이유다. 5년마다 학교를 옮겨가며 근무하는 공립학교와 달리 교원 전보가 어려운 사립학교의 특성도 기간제 교사를 선호하는 이유다. 한 사립고 교장은 “인턴처럼 교사의 역량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출산장려 정책으로 정교사의 육아휴직이 늘어나는 것도 기간제 교사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사립학교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간제 교사는 사학연금 가입 대상이 아니다. 또 ‘계약서 쪼개기’를 통해 방학 중에는 월급을 주지 않는 편법도 활용된다.

◆교권 침해 만연…일선 교육현장 피폐화

기간제 교사의 교권에 대한 인식 부족은 일선 교육현장을 멍들게 하고 있다. 2015년 12월 경기 이천의 한 고교에서는 기간제 교사가 수업 중 교탁 앞에서 학생들에게 빗자루로 온몸을 두들겨 맞는 사건도 일어났다. 과중한 업무 부담도 문제로 지적된다. 동국대 산학협력단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의 37.8%가 ‘정교사가 기피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고 응답했다.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들을 당장 정교사로 전환하는 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근거 규정이 없는 데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연금 재정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호봉 상한선을 폐지하고 성과상여금도 지급하는 등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일선 학교장이 계약 주체이므로 정교사 채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교원 임용고시 선발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예산 문제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 임용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많았지만 새 정부가 공무원 선발 확대를 추진 중인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