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창업·융합·신뢰로 4차 산업혁명 대응해야
새 정부가 당면한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여부가 이에 따라 결정되는 까닭이다. 신정부 전략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성장률과 국민소득을 올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되려면 2대 원칙과 3대 방안의 실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장기적이고 종합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2대 원칙을 세워야 한다.

우선, 장기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산업혁명을 유발하는 과학기술혁신은 오랜 기간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면 이 역시 일시적으로 유행하다 마는 정책구호로 끝나버린다. 이제부터 4차 산업혁명이라 쓰되 ‘세계적으로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급속한 과학기술 혁신’이라 읽고 이에 대한 중장기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반기술인 인공지능만 해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연구하던 것이고 여전히 진화발전하는 분야다.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 동안 신성장동력을 얻기 위해 노력했으나 별 성과가 없는 것은 동일한 기술혁신선상에서 매번 유사정책을 이름만 바꿔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간 추진된 지식경제, 혁신경제, 창조경제 정책의 성과를 살펴보고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한편 앞으로 계속 보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책추진 체제와 방안을 확립해야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산업혁명 전략은 또한 경제와 사회 각 부문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이어야 한다. 산업혁명은 전(全) 산업의 생산, 소비,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괴적 기술혁신에 의해 실현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시장질서, 금융, 교육, 노동시장 등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전략은 정부부처와 위원회 간은 물론 국회, 노조, 시민단체 등 정치사회 부문과도 유기적 협력 속에서 수립해야 한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메이지 유신에 버금가는 국가체제의 변혁기회로 삼고자 ‘초스마트 사회(Society 5.0)’, ‘일본재흥전략’ 등의 비전을 수립하고 ‘안 되는 게 없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으고 있다.

이 두 원칙 아래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해 산업구조조정, 신성장동력 창출, 청년일자리 확보라는 당면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기업창업, 산업융합, 사회신뢰 방안을 찾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먼저 국내 경제에 미래 성장가능성이 큰 신기술 벤처창업이 끊임없이 분출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최고인재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국내 유수대학들이 국가고시 합격자 수와 대기업 취업자 수를 자랑하는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대학들처럼 창업 수와 일자리창출 기여도에 자긍심을 갖도록 교육제도를 개혁해 사회 내 기업가정신이 넘치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성숙산업과 신과학기술의 활발한 결합을 통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규제 없는 산업융합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반적이고 양적인 규제축소 논리에 빠져서는 안 되고 산업현장에서 원하는 신사업들이 추진되도록 현장수요 맞춤형 규제개혁에 초점을 둬야 한다.

기존산업 내 기득권층 반발과 방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결단과 추진력도 필요하다. 원활한 제도개혁을 위해서는 신뢰사회 형성에도 힘써야 한다. 과학기술혁신에 의한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은 필연적으로 사회갈등과 대립을 초래한다. 신제도와 혁신이 상호 도움을 준다는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경제사회 개혁은 실현되기 어렵다.

한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상호불신 국가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모든 경제사회 구성원들에게 공정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개혁원칙과 방안을 정하고 사회지도층과 기득권층부터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을 해야만 4차 산업혁명 전략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유병규 < 산업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