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망(網)중립성' 흔드는 트럼프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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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가치 활용한 신사업 활성화 등
통신인프라산업 부활 노린 미국 정책 변화
한국도 ICT 경쟁력 감안한 통합정책 절실
박진우 < 고려대 교수·공학 >
통신인프라산업 부활 노린 미국 정책 변화
한국도 ICT 경쟁력 감안한 통합정책 절실
박진우 < 고려대 교수·공학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터넷 서비스 원칙으로 지켜지던 ‘망(網) 중립성’ 정책 변화를 강조하면서 지난 1월 아짓 파이를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파이 위원장은 오바마 정부 때 망 중립성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그는 첫 과업으로 통신인프라 기업에 금지해온 온라인 인터넷 이용자 정보 추적과 획득한 정보의 광고사 판매 등을 가능케 하는 길을 터놓았다. 일견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통신인프라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정보통신 정책은 FCC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통해 전 세계 정보통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미국의 망 중립성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데이터를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어떤 형태로든 차단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상황을 ‘오픈(open) 인터넷’이라고도 한다. 오픈 인터넷은 지난 20여년간 인터넷 이용자 또는 서비스 사업자에게 막힘 없는 정보 소통을 가능케 함으로써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거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탄생을 촉진해 지금의 인터넷 세상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성장한 것과는 달리, 폭증하는 인터넷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대 운영하면서도 수익사업을 키우지 못한 통신인프라 사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두 기업군 사이에 지난 10여년간 망 중립성의 타당성 논쟁이 가열돼 왔다.
미국 ICT 정책의 중심에 있는 망 중립성을 완화하려는 속내를 보면 우리가 참고할 내용이 있다. 첫째, 망 중립성이라는 엄격한 규제가 풀리면 통신인프라 사업자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네트워크의 가치를 활용해 신규 정보기반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즉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생성되는 단말기와 이용자에 대한 정보는 자율자동차, 드론(무인항공기), 로봇, 빅데이터, 미디어 서비스 등에 적용할 것이고, 이는 통신인프라 사업자가 차세대 ICT 서비스 사업의 또 다른 주역으로 등장할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둘째, 그동안 오픈 인터넷으로 인한 통신인프라 사업의 위축은 네트워크 장비, 유무선 장치, 반도체, 센서 소자 등의 기반 기술과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시장 경쟁력이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 그러니 이번 망 중립성 규제완화 시도로 미국은 자국 통신인프라산업 부활은 물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 산업 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 등의 인프라 기술산업에서의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까지를 계산에 집어넣은 정책 변화로 추정할 수 있다.
미국이 경제적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이미 망 중립성 정책 변화의 영향권에 있는 대부분 국가도 자국 ICT산업 재편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ICT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거의 망 중립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예외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으며, 일본은 ICT 기반 산업 경쟁력이 높으면서도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강력한 나라로 나름대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ICT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네트워크 인프라의 하드웨어 장비와 부품은 물론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외국 제품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ICT 기반 산업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효과적인 진입을 위해서라도 선진국 정책을 단순히 따라하는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책보다는 한국의 ICT산업 경쟁력 현실에 뿌리를 둔 중장기적인 통합 발전 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진우 < 고려대 교수·공학 >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데이터를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어떤 형태로든 차단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상황을 ‘오픈(open) 인터넷’이라고도 한다. 오픈 인터넷은 지난 20여년간 인터넷 이용자 또는 서비스 사업자에게 막힘 없는 정보 소통을 가능케 함으로써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거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탄생을 촉진해 지금의 인터넷 세상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성장한 것과는 달리, 폭증하는 인터넷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대 운영하면서도 수익사업을 키우지 못한 통신인프라 사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두 기업군 사이에 지난 10여년간 망 중립성의 타당성 논쟁이 가열돼 왔다.
미국 ICT 정책의 중심에 있는 망 중립성을 완화하려는 속내를 보면 우리가 참고할 내용이 있다. 첫째, 망 중립성이라는 엄격한 규제가 풀리면 통신인프라 사업자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네트워크의 가치를 활용해 신규 정보기반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즉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생성되는 단말기와 이용자에 대한 정보는 자율자동차, 드론(무인항공기), 로봇, 빅데이터, 미디어 서비스 등에 적용할 것이고, 이는 통신인프라 사업자가 차세대 ICT 서비스 사업의 또 다른 주역으로 등장할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둘째, 그동안 오픈 인터넷으로 인한 통신인프라 사업의 위축은 네트워크 장비, 유무선 장치, 반도체, 센서 소자 등의 기반 기술과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시장 경쟁력이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 그러니 이번 망 중립성 규제완화 시도로 미국은 자국 통신인프라산업 부활은 물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 산업 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 등의 인프라 기술산업에서의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까지를 계산에 집어넣은 정책 변화로 추정할 수 있다.
미국이 경제적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이미 망 중립성 정책 변화의 영향권에 있는 대부분 국가도 자국 ICT산업 재편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ICT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거의 망 중립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예외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으며, 일본은 ICT 기반 산업 경쟁력이 높으면서도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강력한 나라로 나름대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ICT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네트워크 인프라의 하드웨어 장비와 부품은 물론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외국 제품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ICT 기반 산업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효과적인 진입을 위해서라도 선진국 정책을 단순히 따라하는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책보다는 한국의 ICT산업 경쟁력 현실에 뿌리를 둔 중장기적인 통합 발전 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진우 < 고려대 교수·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