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전자 급등에…공매도 투자자 '눈물'
LG전자는 지난해 공매도 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한 종목 중 하나였다. 주가가 1년 내내 하락세를 타면서 ‘쇼트(short·공매도)’ 전략을 편 헤지펀드에 짭짤한 수익을 안겨 줬기 때문이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지난해 LG전자 전체 주식 거래량에서 공매도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6.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LG전자 주가가 50% 이상 급등하면서 공매도에 나선 펀드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LG전자처럼 올 들어 주가가 초강세로 돌아선 종목이 속출하면서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매도→주가 하락은 옛말

11일 코스피지수는 26.25포인트(1.16%) 오른 2296.37을 기록하며 2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한 달간 8.1%나 상승하면서 공매도 투자자 손실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공매도 매매 비중 상위 20개 중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팬오션 GS건설 한샘 LG디스플레이 등 4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가 오른 16개 종목 중 아모레퍼시픽(16.4%) 아모레G(15.2%) LG전자(12.2%) CJ대한통운(11.2%) 등 4개 종목은 한 달 동안 주가가 10% 넘게 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매도 투자자의 표적이 된 종목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다. 공매도가 늘어나면 추종 매도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많아지면서 공매도 세력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될 때 ‘쇼트 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매수하는 것)’을 통해 차익을 실현한다. 이때 주가는 일시적으로 상승한다.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앞으로 공매도 투자자들이 쇼트 커버링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상승이 가팔라지면 쇼트 커버링 움직임도 더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승장서 죽 쑤는 헤지펀드들

강세장에 힘입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비틀거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설정액 1000억원 이상인 23개 국내 헤지펀드의 연초 이후 지난 10일까지 수익률은 1.27%에 그쳤다. 운용보수 1%와 판매보수 1%를 떼고 나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2011년 12월 이후 39.1%에 달하는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H클럽 에쿼티헤지’도 이 기간에는 마이너스 수익률(-1.53%)을 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가 평균 11.7%의 수익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헤지펀드는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을 매수(롱·long)하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공매도하는 전략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데, 증시가 우상향하면서 공매도 전략을 구사한 종목에서 손실을 낸 것이다. 그나마 정보기술(IT) 소재 화학업종 등에 투자해 손실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대기자금인 주식 대차(대여) 잔액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차 잔액이란 공매도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증권가에서는 대차 잔액을 공매도 선행지표로 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대차 잔액은 지난달 21일 처음 70조원을 넘어선 뒤 이달 10일 72조6000억원까지 불었다. 지 센터장은 “대차 잔액이 모두 공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여전히 지수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공매도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이후 주식을 매입한 가격보다 싸게 사들여 차익을 올리는 투자 방식이다. 기업 주가가 떨어질수록 공매도 투자 차익이 커진다. 반면 매입 가격보다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