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공감·협업·창조 역량 높이려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라
최근 공감, 협업, 창조의 역량을 갖춘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미래고용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의 역량으로 협업하며 복잡한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최고로 꼽았다.

포천 편집장 제프 콜빈은 《인간은 과소평가됐다》는 책에서 “기하급수적 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하는 대부분 일을 컴퓨터가 대체할 것이다. 인간 본연의 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협업하며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 기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지식노동자 시대’에서 ‘관계노동자 시대’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공감, 협업, 창조 역량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이 직접 만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공감을 위해서는 언어적 소통보다 얼굴 표정, 말투, 몸짓 등 비언어적인 소통이 더 중요하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두 사람의 뇌가 동시에 움직이지만 등을 지고 이야기하면 ‘뇌의 동시성’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협업은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미국 한 은행의 콜센터에서 실험을 했다. 순차적으로 휴식하던 20여명의 직원에게 휴식 시간을 동시에 주었더니 함께 만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급증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네트워크 시대, 이메일이나 채팅으로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다고 믿기 쉬운데 그것은 정신 나간 생각이다. ‘야! 이거 굉장한데’는 즉흥적인 만남과 제약 없는 토론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창조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협업의 문제이며 재능이 있고 없고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회사로 불리는 구글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이야기하며 관계를 맺는 것을 강조한다. 아무리 똑똑해도 팀워크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면 아예 채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내에서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줄을 서서 기다리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또 긴 테이블은 앞과 옆 사람들과 이야기하도록 만든 것이고, 의자 간격을 좁게 배치한 것은 앉거나 일어설 때 의자가 부딪쳐서 다른 사람을 알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만남에 대한 구글의 집착을 느끼게 해준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에 따르면 가장 뛰어난 집단에서 나타나는 구성원들의 상호 작용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긴 대화 없이 짧게 수많은 아이디어를 교류한다. 둘째 좋든 나쁘든 상대방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셋째 모두가 공평하게 주고받는 분위기를 만든다. 구성원들이 얼굴을 더 많이 마주할수록, 서로의 눈을 많이 바라볼수록, 거리낌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을수록 더 창조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유럽의 많은 회사에서 이메일을 금지하는 제도를 만들어 직접적인 만남을 늘리고 있다. 야후는 2012년 재택근무를 없애고 모두 회사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만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그룹은 ‘캔미팅’이라는 제도를 마련해 리더와 구성원이 수시로 만나 계급장을 떼고 격의 없이 회의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혼자 일해도 불편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훨씬 더 편하게 느끼고 ‘혼밥(혼자 먹는 밥)’과 ‘혼술(혼자 먹는 술)’이 유행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이제 생각을 바꿔 보자. 가정에서는 정기적인 대화 시간을 만들고 회사에서는 사무실 구조를 다시 짜고, 회의는 자료를 미리 공유해 짧은 시간 서로 대화에만 집중하게 하자는 것이다. 회의할 때 휴대폰은 아예 걷는 것도 좋겠다. 사내 교육도 지식은 미리 혼자 공부하고 교육 시간은 토론에 집중하거나 시뮬레이션같이 실제 연습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김용우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