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8 'LG 듀얼카메라' 쓴다
지난달 27일 LG이노텍은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수수께끼 같은 공시를 내놨다. 자기자본의 15%가 넘는 2697억원을 들여 생산설비를 짓겠다면서 구체적인 목적은 명시하지 않았다. LG이노텍은 이 공장이 ‘모바일용 신기술 모듈사업’을 위한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10일 복수의 전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투자는 애플이 올가을 내놓을 아이폰8에 들어갈 안면인식용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얼굴 생김새만으로 사용자를 알아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부품이다. 계약 규모는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애플은 지난해 듀얼카메라(렌즈가 두 개 달린 카메라)를 본격 상용화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이노텍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 납품하는 제품 역시 안면인식에 특화된 듀얼카메라가 장착될 예정이다. 카메라 렌즈 두 개가 다른 방향에서 사물을 3차원으로 인식해 정확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듀얼카메라는 스마트폰 후면에 장착돼 사진을 촬영하는 데 쓰인다. 애플 아이폰7과 LG전자 G6 등에 사용되고 있다. 2개의 카메라 렌즈가 각각 사물을 촬영한 뒤 소프트웨어(SW)를 통해 하나의 사진으로 합성한다. 피사체는 뚜렷하게 찍으면서도 배경은 흐릿하게 처리하는 아웃포커싱이나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훨씬 넓게 풍경을 찍는 광각촬영 등이 가능하다.

이번에 LG이노텍이 애플에 납품하는 듀얼카메라는 안면 인식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다. 두 개의 카메라가 동시에 피사체를 포착한 뒤 사용자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여기서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나는 얼굴의 포인트 수십 개를 집어내 사용자를 확인한다. 기존 듀얼카메라에 비해 스마트폰 전면에 들어간다는 점도 다르다. 카메라 크기는 촬영용보다 작다. LG이노텍이 별도의 제조공장을 세우는 이유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S8에 안면 인식 기능을 추가했지만 구조적으로는 차이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 제품은 휴대폰 사용자의 얼굴을 3차원이 아니라 평면으로 인식하는 경쟁사 제품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애플은 2015년 이스라엘의 3차원 이미지 인식 기술업체를 사들이는 등 안면 인식 기술을 개발해왔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LG이노텍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애플에 듀얼카메라를 독점 공급하는 LG이노텍의 제조 기술력이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안면 인식용 듀얼카메라 양산 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해왔다.

안면 인식용 듀얼카메라 공급은 LG이노텍 실적에 장기적인 호재가 될 전망이다. 촬영용 듀얼카메라는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보다 4배 비싼 가격에 팔린다. 안면 인식용 듀얼카메라는 촬영용보다 더 비싸게 판매될 전망이다.

카메라 모듈 사업이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8.9%였다. 이 같은 비중이 작년 4분기 64.6%까지 올랐으며 비수기로 접어든 올 1분기에도 56.1%를 차지했다. 작년 1분기 4000억원대에 머물렀던 관련 매출도 안면 인식용 듀얼카메라 상용화를 계기로 올 4분기 1조5000억원대까지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