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뜨기’ 에이브러햄 링컨에게는 정적이 많았다. 공화당 내 기득권 세력과 민주당 인사로부터 ‘얼간이’라는 비난을 자주 들었다. 미국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랬다. 민주당의 에드윈 스탠튼은 “불쌍한 바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링컨은 그를 새 내각의 전쟁장관에 임명했다. 경선 과정에서 혈투를 벌인 윌리엄 시워드와 새먼 체이스에게도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맡겼다.

링컨은 “왜 내각에 적들을 임명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 이들은 능력자다. 나는 국민들이 이들의 봉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할 권리가 없다”고 답했다. 자리에 맞는 인재가 누구냐에 초점을 맞춘 능력중심 인사였다.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 도리스 굿윈은 링컨 내각을 ‘라이벌들로 이뤄진 팀(Team of Rivals)’이라고 부르며, 정적까지 껴안는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권력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일깨워주는 사례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경선 상대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앉혔다.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키고, 공화당 의원을 교통장관에 발탁했다. 재선 뒤에도 초당적 인사를 이어갔다. 적진의 장수를 불러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이끈 것이다.

영국도 그렇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직후 테리사 메이 총리는 곧바로 ‘통합 내각’을 구성했다. 국론이 분열된 상태에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인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과 반대 진영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을 기용해 흔들리던 영국호(號)를 바로 세웠다.

대개의 지도자는 권력을 나누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나누면 커지고 움켜쥐면 작아지는 게 권력’이라는 이치를 꿰뚫고 있다. 장관의 힘이 크면 대통령의 힘도 그만큼 커진다. 자기 권력이 줄어들까봐 소신 있게 일할 힘 있는 장관보다 고분고분한 장관만 택한다면,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새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주문이 많겠지만, 편가름 없이 최적의 능력자들을 골라 ‘라이벌 팀’부터 구성할 것을 먼저 당부하고 싶다. 낡은 진영 논리로 청산 대상을 가르거나 점령군처럼 행세하면 ‘반(半)통령’밖에 안 된다.

링컨은 남북전쟁 중 남군 사령관의 항복 소식을 듣고 군악대에 남부인들의 노래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의 포용력을 보여줬다. 국민들은 이런 모습에 감동한다. 새 대통령은 오늘이 취임 첫날이자 유권자의 날(5월10일)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길 바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