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새 정부, 새로운 출발
오늘은 대한민국이 제19대 대통령과 더불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쁘고 의미 있는 날이다. 다른 대통령선거 때와 달리 그 과정이 조금은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모두가 질서를 지키며 큰 행사를 무사히 마친 것은 우리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증명하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가 지닌 큰 장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부의 최고 지도자를 선거로 바꾸면서 나라 전체가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5년 임기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이번에는 불행하게도 헌법에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정권을 교체하게 됐는데,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하튼 우리는 이제 또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여러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새로워지길 기원한다.

대통령이 갖는 국가 운영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에게 행복한 삶을 제공하는 것일 텐데, 행복은 대단히 주관적인 개념이고 따라서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민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를 찾아내고, 이들에 적당한 가중치를 매겨 국가별로 행복지수를 산정해 순위를 매기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2012년부터 유엔이 지원해서 발표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행복지수는 모두 6개 지표를 반영해 행복을 정량화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기대수명, 자유도 같은 개인적 요소와 더불어 사회적 포용성과 지원체계, 그리고 구성원 간 신뢰도라는 여섯 개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미 많은 재물을 지니고 있어도 이를 더 늘려야 행복한 사람이 있고 또 적은 재산이어도 이를 나누는 일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여하튼 소득은 국민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지난달 발표된 155개 국가의 행복순위에서 1등에 오른 노르웨이와 마지막을 차지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차이는 다른 모든 요인에 앞서 전자는 1인당 연간소득이 10만달러에 이르는 반면 후자는 500달러에도 못 미친다. 이 행복순위에서 대한민국은 56위에 그쳤는데, 노르웨이와 대한민국 간의 차이는 개인소득 때문만은 아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정량화 과정에 대한 당위성은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겠으나 개인소득 측면에서 획득한 점수를 보면 1위인 노르웨이는 1.61, 2위인 덴마크는 1.48이었고 우리는 1.40이었다. 이 점수로만 따지면 대한민국은 28위 국가인데, 이는 결국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과 더불어 또 다른 사회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별히 눈에 띄는 항목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도다. 너무나 아쉽게도, 그리고 부끄럽게도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155개 국가 중 거의 바닥 수준이다. 1등 노르웨이나 2등 덴마크는 신뢰도 측면에서 각각 0.31, 0.40을 받았지만 우리는 0.06에 그쳤다. 종합적으로 가장 행복하지 못한 두 개의 국가, 즉 154위와 155위를 차지한 부룬디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받은 신뢰도 점수가 각각 0.08, 0.06이니까 어쩌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서로를 불신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신뢰는 사회의 중요한 인프라다. 도로가 없으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듯 신뢰가 없는 사회는 모든 측면에서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으며, 어쩌면 이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새 정부의 각별한 노력을 기대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모두를 아우르며 함께하는 정부가 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출발이 의미를 갖는 것은 미래를 위한 계획이 있기 때문인데, 지난 선거 기간에 표를 얻기 위해 발표한 수많은 공약을 모두 실행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불신의 원인이 될 공약은 빨리 정리하고 중요도 측면에서 순위를 매긴 뒤 여기에 매진하는 믿음직스러운 새 정부로 자리잡길 기원한다.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