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레이스는 줄곧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려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독주 속에 대항마 자리를 두고 보수·진보진영 간 표심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1월12일 귀국, 대선 출마에 시동을 걸었다. 귀국 한 달 동안 1위 문 후보를 위협하며 ‘문재인-반기문’이라는 양강구도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각종 구설로 인한 지지율 하락과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한 반 전 총장은 2월1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기문 대망론’이 사라지면서 선거구도는 다시 출렁거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로운 보수후보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그 역시 박 전 대통령 파면결정 후 불출마를 선언했다. 보수 표심은 다시 수면 밑으로 숨었다.
그 사이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면서 안희정 대안론이 급부상했다. 보수층은 ‘대연정’을 주장하는 안 지사에게 호감을 줬다. 4~5%에 불과했던 안 지사 지지율은 한때 20% 중반까지 치솟으며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선의’ 논란 등으로 안 지사 상승세가 꺾였고 결국 지난달 3일 경선에서 문 후보를 넘지 못했다. 그 사이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로 갈 곳 잃은 보수·중도층 표심이 몰렸다.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구도가 만들어졌다.
레이스 초반부터 문 후보는 아들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재원 문제 등 많은 공세를 받아왔지만 이를 무마하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선 TV토론에서 북한 주적 논란 등으로 문 후보를 수세에 몰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반면 안 후보는 선거 중반에 접어들며 지지율이 서서히 변곡점을 그리기 시작했다. TV토론에서 안 후보는 이렇다 할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부인 김미경 씨의 의원실 보좌진 사적 유용 정황이 드러나면서 문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다. 호남과 개혁성향의 ‘집토끼’와 영남과 중도·보수층의 ‘산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 오히려 지지층 결집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철수 바람이 시들해지면서 홍 후보가 급부상, 대선 중반 판세는 ‘1강2중2약’ 구도로 재편됐다. 과거 자서전에 썼던 돼지 발정제 발언으로 홍 후보가 타격을 입는 듯했다. 선거 막판 보수·진보 대결 양상이 또다시 부각되며 안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 표심이 홍 후보에게 옮겨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선거 막판에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보수결집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최종 승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