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수' 실험 3개월 만에 붕괴 위기
유승민 "나는 끝까지 간다…찍어주시면 된다"
바른정당 의원 14명은 이날 밤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후보를 포함한 한국당 관계자와 전격 회동해 탈당 시기, 복당 등에 대해 논의한 뒤 보수 재결집에 힘을 합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원 14명은 권성동, 정운천, 여상규, 황영철, 홍일표, 박성중, 김학용, 홍문표, 김성태, 이진복, 박순자, 장제원, 김재경, 이군현 의원이다. 한국당에선 이철우 중앙선대본부장과 윤한홍, 민경욱, 강효상 의원이 참석했다.
이철우 본부장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좌파정권 집권을 막기 위해 보수가 힘을 합쳐야 하는데 단일화는 현재 어려우니까 단일화 전에 우리 당 홍 후보한테 힘을 합치겠다는 생각으로 얘기했다”며 “(14명 의원이) 탈당하고 복당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철 의원도 “홍 후보가 도와달라는 말을 했고, 지역과 보수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이 보수 대통합을 통해 대선에서 보수의 재건을 이뤄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고 탈당을 기정사실화했다. 박순자 의원은 “유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답이 없고 유구무언이라 오늘 같은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2일 조찬 모임을 한 뒤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이 회동하는 동안 바른정당 선거대책위원장인 김무성, 주호영, 정병국 의원은 유 후보와 만나 홍 후보와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유 후보는 이 자리에서도 단일화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14명의 탈당은 당과 유 후보가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고 있는데도 유 후보가 독자 완주를 고집하면서 당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이날 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이들은 후보 단일화를 위해 유 후보를 더 설득하기로 했으나, 유 후보가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유 후보가 워낙 완주 의사가 확고해 더 이상의 단일화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명의 선대위원장은 탈당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유 후보는 이날 밤 한 라디오 방송에서 “끝까지 간다”며 “5월9일에 투표하러 가면 유승민 이름 볼 거고 거기 찍어주시면 된다”고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 후보는 회동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가겠다고 나선 개혁 보수의 길은 애초부터 외롭고 힘든 길이었다”며 “그럼에도 그 길을 선택한 것은 진정으로 보수가 사는 길이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키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썼다.
유승민계 의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김영우 의원은 당내 탈당 움직임에 대해 “좌파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그것이 목적이라면 탈당도 늦었고, 후보 단일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당 소속 의원들의 탈당을 막지 못하면서 당내 분열의 책임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탈당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에서 일부 의원들은 당과 정책 방향이 같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단일화 최종 마지노선을 사전투표일인 4일 전으로 보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