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데스크 시각] 세계를 바꾸는 닮은꼴 두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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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
세상은 요즘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두 혁명이 모두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나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텍사스주에서는 에너지 생산의 일대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셰일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이제 일상의 화두라면, 셰일혁명은 미국 부활의 신호탄이자 세계 정치 질서 재편의 숨은 동력이기도 하다. 이란 핵협상 타결과 미국-쿠바의 수교,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 붕괴의 이면에는 모두 ‘셰일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혁명의 원동력
‘최첨단과 굴뚝’의 엇갈린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이 두 혁명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혁명을 이끄는 영웅들의 정신이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은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이다. 하버드대 졸업장이라는 인생의 보증수표를 던지고 20대 초반부터 망망대해 창업에 나서 세계 최대 부호가 된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해군이 되기보다 해적이 돼라(Pirates! Not the Navy!)’며 창조적 파괴의 정신을 일깨운 스티브 잡스, 실리콘밸리의 전쟁터를 우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엘론 머스크와 제프 베저스. 한결같이 익숙하고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원대한 꿈을 위해 모험을 마다하지 않은 기업가 정신의 표본이다.
‘셰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텍사스주의 가스 사업자 조지 미첼이 셰일 개발에 나선 것은 62세 때다. 그가 셰일가스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상업 생산을 가능하게 한 수압파쇄방식(프래킹)을 고안하기까지는 17년이 걸렸다. 남들이 편안하게 은퇴 생활을 보내는 시기에 그는 텍사스주 바넷 지역에서 흙먼지를 뒤집어 써가며 셰일 시추 작업에 인생을 걸었다. 첫 시추 때는 아무데서도 투자받지 못해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했고, 사재도 600만달러 이상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셰일 개발이 미국 에너지시장을 뒤바꿔 놓을 것이란 믿음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으며, 그 비전이 끈기를 잃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노(no)’이고, 가장 좋아하는 말은 ‘하우(how)’에 대한 대답이다.
미래 읽게해 주는 사람이 지도자
미첼을 셰일 개발에 계속 매달리게 한 데는 불굴의 기업가정신과 정부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큰 몫을 했다. 새로운 천연가스 탐사와 시추에 대해 연방세액을 공제해주는 ‘섹션 29(section 29)’ 조항이 그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의 신경제 프로그램이 자양분이 됐듯이 섹션 29 조항은 셰일 개발의 중요한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줄탁동시(啄同時)’의 진리는 4차 산업혁명과 셰일혁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혁명은 미래의 물결이자, 새로운 생존 방식이다. 그것은 길거리의 함성과 구호, 과거에 대한 부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첼처럼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해 산업현장에서 땀과 열정으로 몸부림치는 사람이, 혁신을 위해 실리콘밸리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개발자가 쟁취하는 것이다. 캐나다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표현대로 미래는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그 미래에 남보다 먼저 눈뜨게 해주는 사람이 이 시대의 혁명가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
4차 산업혁명이 이제 일상의 화두라면, 셰일혁명은 미국 부활의 신호탄이자 세계 정치 질서 재편의 숨은 동력이기도 하다. 이란 핵협상 타결과 미국-쿠바의 수교,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 붕괴의 이면에는 모두 ‘셰일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혁명의 원동력
‘최첨단과 굴뚝’의 엇갈린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이 두 혁명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혁명을 이끄는 영웅들의 정신이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은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이다. 하버드대 졸업장이라는 인생의 보증수표를 던지고 20대 초반부터 망망대해 창업에 나서 세계 최대 부호가 된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해군이 되기보다 해적이 돼라(Pirates! Not the Navy!)’며 창조적 파괴의 정신을 일깨운 스티브 잡스, 실리콘밸리의 전쟁터를 우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엘론 머스크와 제프 베저스. 한결같이 익숙하고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원대한 꿈을 위해 모험을 마다하지 않은 기업가 정신의 표본이다.
‘셰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텍사스주의 가스 사업자 조지 미첼이 셰일 개발에 나선 것은 62세 때다. 그가 셰일가스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상업 생산을 가능하게 한 수압파쇄방식(프래킹)을 고안하기까지는 17년이 걸렸다. 남들이 편안하게 은퇴 생활을 보내는 시기에 그는 텍사스주 바넷 지역에서 흙먼지를 뒤집어 써가며 셰일 시추 작업에 인생을 걸었다. 첫 시추 때는 아무데서도 투자받지 못해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했고, 사재도 600만달러 이상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셰일 개발이 미국 에너지시장을 뒤바꿔 놓을 것이란 믿음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으며, 그 비전이 끈기를 잃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노(no)’이고, 가장 좋아하는 말은 ‘하우(how)’에 대한 대답이다.
미래 읽게해 주는 사람이 지도자
미첼을 셰일 개발에 계속 매달리게 한 데는 불굴의 기업가정신과 정부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큰 몫을 했다. 새로운 천연가스 탐사와 시추에 대해 연방세액을 공제해주는 ‘섹션 29(section 29)’ 조항이 그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의 신경제 프로그램이 자양분이 됐듯이 섹션 29 조항은 셰일 개발의 중요한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줄탁동시(啄同時)’의 진리는 4차 산업혁명과 셰일혁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혁명은 미래의 물결이자, 새로운 생존 방식이다. 그것은 길거리의 함성과 구호, 과거에 대한 부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첼처럼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해 산업현장에서 땀과 열정으로 몸부림치는 사람이, 혁신을 위해 실리콘밸리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개발자가 쟁취하는 것이다. 캐나다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표현대로 미래는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그 미래에 남보다 먼저 눈뜨게 해주는 사람이 이 시대의 혁명가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윤성민 IT과학부장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