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국내 전자업계 최초로 일반도로에서 시험주행에 나선다.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적용된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을 탑재해 스스로 최적의 경로와 운전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에 적용한 지능형 부품을 앞세워 날로 커져가는 자동차 전장(電裝)부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나아가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어떤 성능 갖췄나

국토교통부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연구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의 임시운행을 허가했다고 1일 밝혔다. 국토부가 임시운행을 허가한 자율주행차는 이번이 19번째이며 올 들어서만 여덟 번째다.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서울대, 교통안전공단, 네이버 등이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려면 국토부의 임시운행면허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시험주행 이력, 보험 가입, 전방충돌방지 및 고장자동감지 기능 장착 등 요건을 갖춘 차량에 면허를 발급한다. 면허를 받은 차량은 어린이보호구역 등 일부를 제외한 국내 모든 도로에서 달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는 기존 현대자동차 그랜저에 레이더와 라이더(레이저 레이더),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달았다. 라이더는 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더와 달리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를 활용해 수백m 떨어진 거리의 사물을 정확하게 분별하는 센서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AI는 각종 센서가 취합한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가속과 감속, 방향 조절을 하면서 목적지에 찾아간다. 이 AI는 도로 환경과 장애물을 스스로 학습해 추론하는 딥러닝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악천후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AI를 결합한 차세대 센서·모듈 등 지능형 부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본격화하는 글로벌 전장전쟁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AI 및 딥러닝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본격 나섰다. 관련 기술이 만 1년 만에 도로에서 실전 테스트를 할 만큼 빠르게 발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 분야의 핵심인 센서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에서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초 아우디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와도 자율주행차 운행에 필요한 반도체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9조4000억여원을 들여 인수한 인포테인먼트업체 하만과의 협업도 큰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최근 전장산업은 여러 부품을 묶어 판매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LG전자의 전장부품을 LG화학의 배터리와 묶어 판매하는 식이다. 삼성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을 하만의 인포테인먼트나 삼성SDI의 배터리와 묶어서 완성차 업체들에 판매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번 면허 발급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선행 연구하기 위한 차원일 뿐 완성차 시장 진출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반도체 기술 등을 앞세워 얼마든지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완성차 사업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전장사업의 글로벌 경쟁은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으로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테슬라 등에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그래픽반도체업체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 반도체를 선보였다. 보쉬는 전장부품 기술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업체 간 합종연횡도 치열하다. 인텔은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모빌아이를, 퀄컴은 세계 최대 차량용 반도체업체 NXP를 인수했다.

강현우/노경목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