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의 데스크 시각] 50대 아빠, 10대 딸의 소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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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완 생활경제부장 psw@hankyung.com
온라인 쇼핑, 가성비, 협업, 50대 남성, 1인 가구, 편의점, 가정간편식(HMR), 도시락, 커피…. 지난 1년 동안 출고한 기사에서 기억나는 단어들이다. 요즘의 유통과 소비 트렌드이지 싶다. 모바일 시대 패러다임의 변화, 빨라진 속도, 확장된 연결성, 그 속에서 ‘나’를 존중하고픈 욕구 등이 반영된 것이다.
한 가족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엄마. 그는 1년 새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는 횟수가 확 줄었다. 웬만한 것은 모바일 앱으로 주문한다. 매번 가격을 비교해 10원, 100원 더 싼 데를 찾기보다 별 문제가 없으면 지난번 산 곳에서 산다. 당장 뭐가 필요할 땐 편의점에 간다.
‘효자’가 된 가정간편식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간편식 조리가 부쩍 늘었다. 요즘은 면류뿐 아니라 육개장, 덮밥, 피자, 죽 등 없는 게 없다. 식품회사는 물론 유통업체와 빵집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맛?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해주는 집밥만은 못해도 웬만한 식당밥 정도는 된다. 무엇보다 주부들이 장시간 집을 비울 때 곰국이나 카레를 한 냄비씩 끓여놓을 필요가 없어졌다. 가끔 유명 셰프의 프리미엄 가정간편식도 이용한다. 가격이 비싸지만 남아 버리는 식재료와 시간, 맛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오춘기’라고 주장하는 50대 아빠. 그는 자전거에 빠져 있다. 작년에 비싼 자전거 한 대를 마니아 사이트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한강변에서 싸게 샀다는데 자전거 옷과 액세서리도 하나둘 쌓이고 있다. 온라인몰에선 요리에 꽂힌 남성들의 프라이팬이나 식재료 구입이 늘었다고 한다. 취미를 찾기 시작한 중년 남성. ‘지갑 털기’ 쉬운 신소비층이다.
10대 중학생 딸. 소녀를 위한 온라인쇼핑몰에서 옷을 산다.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엄마에게 결제만 요청한다. 꼭 갖고 싶은 게 있으면 해외직구도 한다. 외식이나 여행지 선택은 딸에게 우선권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올해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어린이와 청소년 소비자의 영향력 확대를 꼽았다. 맞벌이 부부가 늘 고 소가족화하면서 소비 결정에서 아이들의 발언권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이 미래의 핵심 소비층이다.
싼 걸 찾거나 비싼 걸 지르거나
가끔 비싼 옷을 ‘지를’ 때가 있다. 가격 차이만큼 품질에 차이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끝 차이 품질과 디자인,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 ‘힘들게 일한 나’를 위한 보상이다. 대신 생활용품은 저렴한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많이 산다. 품질에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과거 PB 제품은 인기 브랜드 비슷하게, 싸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요즘은 ‘거기 가야만 살 수 있는’ 차별화한 콘텐츠가 되고 있다.
품질이 기본은 된다는 전제 아래 선택은 기왕에 싼 거나, 기왕에 좋은 것으로 갈린다. 평소 싼 물건만 찾아도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게 요즘 소비자들이다. 1000원짜리 편의점 커피를 마시면서도 300만원 넘는 고성능 ‘황금 워크맨’을 구입하는 오디오 마니아도 있다. 일본에는 나만을 위한 스토리 있는 청바지를 골라주는 ‘청바지 소믈리에’가 있다고 한다.
편의성과 속도와 가성비가 소비시장의 대세지만 남다르고픈 사람들의 욕구도 크다. 여행장소 하나 쉽게 합의하지 못하는 10대, 40대, 50대의 개성 취향을 누군가 맞춤 공략한다면 좀 비싸도 먹히지 않을까.
박성완 생활경제부장 psw@hankyung.com
한 가족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엄마. 그는 1년 새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는 횟수가 확 줄었다. 웬만한 것은 모바일 앱으로 주문한다. 매번 가격을 비교해 10원, 100원 더 싼 데를 찾기보다 별 문제가 없으면 지난번 산 곳에서 산다. 당장 뭐가 필요할 땐 편의점에 간다.
‘효자’가 된 가정간편식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간편식 조리가 부쩍 늘었다. 요즘은 면류뿐 아니라 육개장, 덮밥, 피자, 죽 등 없는 게 없다. 식품회사는 물론 유통업체와 빵집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맛?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해주는 집밥만은 못해도 웬만한 식당밥 정도는 된다. 무엇보다 주부들이 장시간 집을 비울 때 곰국이나 카레를 한 냄비씩 끓여놓을 필요가 없어졌다. 가끔 유명 셰프의 프리미엄 가정간편식도 이용한다. 가격이 비싸지만 남아 버리는 식재료와 시간, 맛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오춘기’라고 주장하는 50대 아빠. 그는 자전거에 빠져 있다. 작년에 비싼 자전거 한 대를 마니아 사이트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한강변에서 싸게 샀다는데 자전거 옷과 액세서리도 하나둘 쌓이고 있다. 온라인몰에선 요리에 꽂힌 남성들의 프라이팬이나 식재료 구입이 늘었다고 한다. 취미를 찾기 시작한 중년 남성. ‘지갑 털기’ 쉬운 신소비층이다.
10대 중학생 딸. 소녀를 위한 온라인쇼핑몰에서 옷을 산다.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엄마에게 결제만 요청한다. 꼭 갖고 싶은 게 있으면 해외직구도 한다. 외식이나 여행지 선택은 딸에게 우선권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올해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어린이와 청소년 소비자의 영향력 확대를 꼽았다. 맞벌이 부부가 늘 고 소가족화하면서 소비 결정에서 아이들의 발언권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이 미래의 핵심 소비층이다.
싼 걸 찾거나 비싼 걸 지르거나
가끔 비싼 옷을 ‘지를’ 때가 있다. 가격 차이만큼 품질에 차이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끝 차이 품질과 디자인,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 ‘힘들게 일한 나’를 위한 보상이다. 대신 생활용품은 저렴한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많이 산다. 품질에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과거 PB 제품은 인기 브랜드 비슷하게, 싸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요즘은 ‘거기 가야만 살 수 있는’ 차별화한 콘텐츠가 되고 있다.
품질이 기본은 된다는 전제 아래 선택은 기왕에 싼 거나, 기왕에 좋은 것으로 갈린다. 평소 싼 물건만 찾아도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게 요즘 소비자들이다. 1000원짜리 편의점 커피를 마시면서도 300만원 넘는 고성능 ‘황금 워크맨’을 구입하는 오디오 마니아도 있다. 일본에는 나만을 위한 스토리 있는 청바지를 골라주는 ‘청바지 소믈리에’가 있다고 한다.
편의성과 속도와 가성비가 소비시장의 대세지만 남다르고픈 사람들의 욕구도 크다. 여행장소 하나 쉽게 합의하지 못하는 10대, 40대, 50대의 개성 취향을 누군가 맞춤 공략한다면 좀 비싸도 먹히지 않을까.
박성완 생활경제부장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