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의 랠리가 글로벌 시가총액 신기록 작성으로 이어지면서 순항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파격적인 감세안을 담은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MSCI 글로벌 주식지수(ACWI·All-Country World Index)는 이번 주에만 2%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들어 상승률도 8.35%에 달했다. 전 세계 46개국 증시 흐름을 추적하는 MSCI ACWI 산정에 편입된 각 국 증시의 시가총액 합계도 사상 처음으로 50조 달러를 넘어섰다. ACWI를 추종하는 아이쉐어 MSCI ETF 주가도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서 64.4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수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야심찬 세제개편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대폭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공개했다. 월가에서는 “의회에 넘어오는 순간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라는 비관론과 “기업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일깨울 것”이라는 긍정론이 엇갈렸다.

이날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0.1%, S&P500지수가 0.05% 하락하는 약보합세를 보였고, 전날 6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나스닥 지수는 지수 변동 거의 없이 전날 수준에서 마감했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0.59% 상승한 1419.43으로 마감하며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이어갔다. 시장의 투자심리가 여전히 견고하며 기업 실적이 뒷받치면서 펀더멘탈(기초여건)도 탄탄하다는 분석이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호조가 증시에 새로운 추진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세제개편안의 의회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신기록작성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제개편안이 투자심리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제개편안이 시장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미 의회 조세위원회 분석자료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1%로 인하할때마다 세수는 1000억 달러 감소한다. 현행 35%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면서 2조 달러의 국가부채가 증가하지만 이에 대한 보완대책이 없어 재정악화를 우려하는 의회 강경파를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날 안전자산인 미 국채(10년물) 수익률은 0.03%포인트 하락한 연 2.305%로 마감했다. 채권금리 하락은 가격상승을 뜻한다. 안전통화인 일본 엔화가치도 0.05% 오르며 달러당 111.05엔을 기록했다.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또 다른 월가의 투자전략가는 “오늘 시장은 ‘소문에서 사서 뉴스에 팔라’는 고전적인 투자격언에 따라 움직였다”며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