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누가 나라를 구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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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
수출이 잘된다는 소식이 너무 반갑다. 이달까지 6개월 연속 증가세다. 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수출 호조를 들어 올해 한국의 예상 성장률을 2.6%에서 2.7%로 높인 것을 주목하게 된다.
물론 성장률 조정은 수시로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비상한 시점이다. 외국 정상은커녕 국제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해외 빅샷들의 발길이 끊긴 지는 이미 오래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으로 해외 시각이 달라져 한국을 뇌물,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로 바라본다는 말도 들리는 참이다. 좋은 뉴스도 신나는 일도 별로 없다. 사업거리도 없는데 국제 평판까지 떨어져 그야말로 한적한 변방국가가 돼 간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이런 때 국제기구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섰으니 천만다행이다.
한국 스스로 자신을 폄하하니
수출이 잘되는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 덕이 크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도 제 역할을 했지만 특히 반도체가 약진했다. 더욱이 반도체는 슈퍼사이클을 타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전망을 토대로 올 수출증가율 예상치를 1.9%에서 4.0%로 대폭 올렸다. 수출 동력은 반도체라는 얘기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이 살아나니 막힌 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정체됐던 예상 성장률이 올라가고, 추락하던 국제 평판까지 반전하고 있다. 한국에 반도체산업이 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곁에 있다는 게 이처럼 소중하다. 반도체가 없는 나라들은 이런 한국이 얼마나 부럽겠는가.
그런데도 국내 시각은 해외와 사뭇 다르다. 일각에선 반도체만 이득을 볼 뿐, 낙수효과가 없다고 깎아내린다. 소위 ‘고용 없는 성장’ 주장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도화된 첨단설비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일수록 인력이 덜 든다. 이런 자본집약적 산업에 한국은행의 고용유발계수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 수치는 흔히 고용창출 척도로 오해하지만, 단지 매출 10억원당 근로자 수라는 팩트를 보여줄 뿐이다. 특히 고용유발계수는 부가가치와는 역의 관계다. 그래서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농업, 도소매 숙박업 등이 가장 높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발전법 하나도 국회 반대로 못하는 판에 첨단산업인 반도체 보고 고용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다. 반도체를 농업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바꾸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반기업정서에 갇혀 현실 못 봐
대선후보마다 경제 살리기, 고용 늘리기에 정부 돈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세금도 올릴 모양이다. 그러나 법인세, 소득세는 이미 상위 10%가 전체 세금의 90% 안팎을 낸다. 반면 근로소득자의 46.8%(2015년 소득기준)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다들 세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과 국민에 고마워할 줄 모른다. 기업투자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이 투자한다니 미국 대통령도 고맙다고 하건만, 국내에선 주먹을 휘두르며 압박해 투자를 돈 뜯어내듯 강요한다.
해외에선 한국을 부러워하는데 정작 국내에선 스스로 폄하하는 목소리가 크다. 제 곁에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지 못한다. 반시장·반기업 정서에 갇혀 현실 인식이 비틀린 탓이다. 누가 나라를 구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가.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
물론 성장률 조정은 수시로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비상한 시점이다. 외국 정상은커녕 국제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해외 빅샷들의 발길이 끊긴 지는 이미 오래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으로 해외 시각이 달라져 한국을 뇌물,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로 바라본다는 말도 들리는 참이다. 좋은 뉴스도 신나는 일도 별로 없다. 사업거리도 없는데 국제 평판까지 떨어져 그야말로 한적한 변방국가가 돼 간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이런 때 국제기구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섰으니 천만다행이다.
한국 스스로 자신을 폄하하니
수출이 잘되는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 덕이 크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도 제 역할을 했지만 특히 반도체가 약진했다. 더욱이 반도체는 슈퍼사이클을 타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전망을 토대로 올 수출증가율 예상치를 1.9%에서 4.0%로 대폭 올렸다. 수출 동력은 반도체라는 얘기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이 살아나니 막힌 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정체됐던 예상 성장률이 올라가고, 추락하던 국제 평판까지 반전하고 있다. 한국에 반도체산업이 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곁에 있다는 게 이처럼 소중하다. 반도체가 없는 나라들은 이런 한국이 얼마나 부럽겠는가.
그런데도 국내 시각은 해외와 사뭇 다르다. 일각에선 반도체만 이득을 볼 뿐, 낙수효과가 없다고 깎아내린다. 소위 ‘고용 없는 성장’ 주장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도화된 첨단설비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일수록 인력이 덜 든다. 이런 자본집약적 산업에 한국은행의 고용유발계수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 수치는 흔히 고용창출 척도로 오해하지만, 단지 매출 10억원당 근로자 수라는 팩트를 보여줄 뿐이다. 특히 고용유발계수는 부가가치와는 역의 관계다. 그래서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농업, 도소매 숙박업 등이 가장 높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발전법 하나도 국회 반대로 못하는 판에 첨단산업인 반도체 보고 고용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다. 반도체를 농업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바꾸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반기업정서에 갇혀 현실 못 봐
대선후보마다 경제 살리기, 고용 늘리기에 정부 돈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세금도 올릴 모양이다. 그러나 법인세, 소득세는 이미 상위 10%가 전체 세금의 90% 안팎을 낸다. 반면 근로소득자의 46.8%(2015년 소득기준)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다들 세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과 국민에 고마워할 줄 모른다. 기업투자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이 투자한다니 미국 대통령도 고맙다고 하건만, 국내에선 주먹을 휘두르며 압박해 투자를 돈 뜯어내듯 강요한다.
해외에선 한국을 부러워하는데 정작 국내에선 스스로 폄하하는 목소리가 크다. 제 곁에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지 못한다. 반시장·반기업 정서에 갇혀 현실 인식이 비틀린 탓이다. 누가 나라를 구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가.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