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중 비석유사업이 55%로 첫 역전
기업체질 바꾸고 미래성장 공격 투자 효과

SK이노베이션은 25일 1분기 매출 11조3871억원, 영업이익 1조43억원의 실적(연결 기준)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조9289억원(20.3%), 영업이익은 1595억원(18.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1년 1분기(1조3562억원)와 지난해 2분기(1조1195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화학 부문이 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화학사업은 주요 공정이 지난해 4분기 정기 보수를 마치고 본격 재가동에 들어갔다. 에틸렌과 파라자일렌 등 주요 제품 가격이 호조를 보이면서 작년 동기보다 1323억원(29%) 늘어난 45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으로 석유사업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윤활유사업도 공급 부족에 따른 수익성 상승으로 전분기 대비 85억원(10%) 증가한 94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주력인 석유사업 매출은 전체의 70%에 달하는 8조63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539억원으로 전분기(6094억원)보다 다소 부진했다.
화학과 윤활유 등 비(非)석유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5496억원)로 45%(4539억원)를 기록한 석유사업을 앞질렀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1년 1분기의 경우 석유사업이 60%(8139억원)로 28%(3840억원)에 그친 화학·윤활유를 압도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석유사업 중심에서 에너지·화학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바뀌면서 회사의 수익 경로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날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3.34%(5500원) 오른 17만원에 마감했다.
◆체질 개선 성공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228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호(好)실적을 이어감으로써 최태원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딥 체인지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책임경영 시스템 도입과 사업구조 혁신 등을 통해 기업 체질을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생산설비(1조6000억원)와 중국 중한석화(1조2000억원), 울산 아로마틱스(4800억원) 등 화학·윤활유사업에 총 5조원을 투자했다. 이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2010년 연간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화학사업은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윤활유사업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규모를 연 4000억원대로 키웠다.
신규 사업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유럽 지역 수요 증가 속에 지난 3월 생산설비를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 데 이어 2020년까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0㎞로 늘릴 계획이다.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과 연성동박적층기판(FCCL)을 생산하는 정보전자소재사업도 전기차 시장 확대 효과 등으로 1분기에 11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분기 실적은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화학·윤활유사업의 규모를 키운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 기업가치 30조원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