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가 내놓은 스마트 공장 청사진(비전)은 정책 성과를 소개하고 지금까지 나왔던 추진 과제들을 모아 숫자를 조정한 것이 대부분이다. “2020년까지 예산 3000억원과 민간 자본 7000억원을 들여 스마트 공장 1만개를 짓겠다”던 2014년 발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예산 규모와 확보 방안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다. 부처 간 협의를 제대로 했는지도 의문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미래창조과학부가 각각 1주일 간격으로 “2020년까지 스마트 공장 1만개를 보급하겠다”고 재탕삼탕한 지가 불과 두 달 전이다. 기간이 5년 늘었다지만 목표 개수는 갑자기 3배로 늘었다.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무역협회의 지난 17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 공장의 80%는 생산 집계만 자동화한 ‘초기’ 수준의 사실상 이름만 스마트 공장이다. 공장을 움직이는 기술과 시스템, 즉 스마트센서·산업용 로봇·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 같은 핵심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산업용 로봇만 해도 일본 화낙, 독일 쿠카 등이 세계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 기업들이 스마트 공장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빨리 따라잡지 못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판이다. 공장을 건설하면 할수록 기술 종속이 심해져 부품 수입이 늘어날 게 뻔하다. 스마트 공장 성공 여부에 우리 제조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 단순히 3만개 목표 숫자를 채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핵심기술 확보 방안이 청사진의 중심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