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책임한 인프라 공약
국토연구원은 최근 ‘새로운 국토 인프라 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자율주행차 전용도로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뤄졌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정치적 타산에 따라 변질되는 인프라 정책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상 초유의 5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인프라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너나없이 새만금 개발 공약을 내놓았다. 역대 대선 때마다 공약으로 나왔지만 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 사업이다. 어떤 후보는 매년 10조원씩 50조원을 들여 도시재생사업에 나서겠다고 했고, 광역급행열차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후보들이 도시재생이나 광역철도망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이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총 4조9000억원 규모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1월 밝혔다. 재정 및 주택도시기금 1조219억원과 지자체 돈 1조3000억여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민간자본 2조5600억여원을 유치하겠다는 ‘희망사항’이 덧붙여졌다. 가시화된 곳은 아직 없다.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청주 담배제조공장 도시재생사업은 실패했다. 천안 동남구청 재생사업은 8년 동안 공전하다 기금 투입이 결정되고 나서야 간신히 궤도에 올랐다. 이들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추가로 새로운 도시재생사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철도 공약도 마찬가지다. 광역급행철도(GTX) 일산~삼성 구간뿐 아니라 신안산선 등 이미 수많은 민자철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위험분담형 민자사업(BTO-rs)이라 정부 재정이 만만찮게 투입되는 사업이다. 경기 의정부경전철은 파산했다. 용인 경전철도 파산 직전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신분당선을 광화문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국토부와 서울시 압박에 나섰다. 국토부 고위 간부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인프라는 종종 누더기가 된다”고 말했다. 정치의 계절, 미래 국민 부담은 안중에 없는 공약이 우려되는 요즘이다.

이해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