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끄는 힘은 콘텐츠…서울을 체험관광 허브로 만들 것"
“관광 트렌드가 ‘어디 가봤어’에서 ‘뭐하고 왔어’로 바뀌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관광이 여행지 선택의 기준이 되는 거죠.”

김병태 서울관광마케팅 사장(58·사진)은 19일 “서울을 대한민국 체험관광의 허브로 만들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관광마케팅은 서울시 산하에서 관광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하반기 서울관광재단(가칭)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체험관광 모바일 오픈마켓 ‘원 모어 트립’을 경기도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입니다. 지방 도시와 지역 관광상품을 외국인에게 널리 알려 지역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도우미 역할을 하려는 겁니다. 그러자면 매력적인 콘텐츠를 늘려야겠죠. 가령 100만원짜리 한국 여행에 K팝 스타 사인회와 공연을 묶은 상품이 200만~250만원의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요. 돈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콘텐츠로 부가가치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원 모어 트립은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국내 최초의 모바일 체험관광 쇼핑몰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모바일에서 다양한 체험관광 상품을 검색하고 예약, 결제까지 할 수 있다. 가정식 만들기, 한국 회식문화 체험, K팝 보컬 트레이닝, 삼해소주가 체험 등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중소 여행사가 고안한 200여종의 체험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 여행사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방, 스타트업과 중소 여행사가 ‘동업’한다면 다양한 체험상품을 히트시킬 수 있을 겁니다. 폭탄주 문화를 상품화한 1인당 80달러짜리 포항이모 폭탄주 체험은 외국인에게 최고 인기 상품이에요.”

2015년 공모를 통해 4대 서울관광마케팅 사장에 선임된 김 사장은 30여년간 사업을 하면서 동업 예찬론자가 됐다. 20대 중반 출판사를 시작으로 여행사, 호텔, 클래식 전문 음반매장 등 다방면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이력을 쌓을 때마다 그는 항상 동업을 택했다. 1980년대 후반 서부출판사를 세우고 교통지도책으로 공전의 히트를 칠 땐 친구 아버지가 동업 파트너였다. 200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비티엔아이(BT&I)여행사의 동업 파트너는 당시 그가 다니던 회사 사장이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클래식 아카데미로 인기를 모은 클래식 전문 음반매장 풍월당을 세울 땐 평소 알고 지내던 정신과 의사 친구와 의기투합했다.

그는 “동업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30년 동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방 도시와의 동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개별자유여행(FIT)과 내국인의 국내 관광(인트라바운드)은 김 사장이 서울뿐 아니라 한국 관광 시장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주목하는 분야다. 그는 “개별자유여행은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지는 단체여행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물론 시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훨씬 크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외생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내성을 갖추려면 국내 관광 시장 기반을 다지고, 개별자유여행객을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다음달 20일 개장하는 서울역 앞 공중정원 ‘서울로 7017’과 관련 관광안내소, 카페,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을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키우는 임무를 새로 맡았다. 김 사장은 “서울로 7017을 시민과 세계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능가하는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