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전쟁의 위험이 사라졌다. 대신 시리아와 한반도를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안전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올들어 글로벌 채권펀드에 유입된 투자금도 주식펀드를 넘어섰다.

블랙록은 17일(현지시간) 낸 주간 투자리뷰에서 가까운 장래에 글로벌 무역전쟁의 위험이 감소하면서 신흥시장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 미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대미무역수지 흑자국중 어느 곳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시간을 두고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기로 접점을 찾은 것도 글로벌 시장에 호재가 됐다.

미국이 첫번째 타깃으로 지목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적개심이 사라지면서 원점 재검토라는 초기 강경대응방침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완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 페소화 가친도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8.5달러로 마감하며 지난해 11월 8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페소화 가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말 달러당 22페소까지 치솟았다. 미 의회가 NAFTA 재협상에 관한 온건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글로벌 무역전쟁 위험을 낮추고 있다.

단기간내 무역전쟁이 발발할 우려가 약화되면서 신흥국의 혜택을 볼 것으로 블랙록은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달러가 너무 강하다”고 언급하면서 중앙은행(Fed)에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의 유지를 압박한 것도 신흥국으로선 좋은 소식이다.

변수는 최근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엔화는 달러대비 110엔 밑으로 떨어지면서 최근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금값 역시 온스당 1290달러에 근접하면서 미 대선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미 국채가격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수익률도 연 2.23%선에 거래되면서 역시 지난해 미 대선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강세흐름을 보이고 있다.

CNBC는 부활절 연휴를 마치고 17일 개장한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183포인트, 0.90% 급등하자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랠리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도 8% 급락했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프랑스 대선과 한반도에서 돌발적 상황이 발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한 만큼 아직 안도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