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식 파트너'를 넘어 '가치 파트너'로
지난 에세이에서 서울 노량진의 현실을 개탄하는 글을 썼다. 그 이유는 아무도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량진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꿈꾸고자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노량진의 실태를 파악하려 공시생 1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노량진 공시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무원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수험생활을 시작하지만 절대다수 인원이 불합격한다. 합격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지면서도 불합격시 취업 등 플랜B는 고려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하루평균 약 5시간 공부하지만 집중학습에 어려움이 있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수험 과정에서 긴 시간을 허비함과 동시에 다양한 하위문화에 빠지고 정서적으로 고립돼 생애가치가 무너진다. 안정을 원했으나 가장 불안정한 존재로 전락한다. 초심은 사라지고 생활은 무너지고 합격은 요원해지고 정신은 피폐해진다. 삶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으나 스스로 적극적으로 대안을 탐색하거나 잘 헤어나오지 못한다.

위 결론을 통해 나는 청춘들을 절망하게 하는 키워드를 불안·불합격·폐쇄적·유흥업소·허비·피폐라고 보고 자신감·생애가치·개방적·힐링·성찰·비전을 통해 노량진이란 공간의 개념을 바꾸고 싶다. 공시족의 학습·환경·의식 개선에 실질적인 기여를 함과 동시에 공시를 넘어 생애가치를 창출하고 성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주는 일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 나의 목표를 ‘노량진이라는 공간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공감을 통해 변화하는 노량진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했다. 노량진의 수험 문화뿐 아니라 대한민국 청춘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싶다. 내가 가르친 세대를 위해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노량진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The Knowledge Partner for a Better Future(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식 파트너)’는 2000년 메가스터디를 창업하며 정한 기업 이념이다. 고객에게 더 나은 미래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지식 파트너가 궁극의 목표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지식이 바뀌었다. 이제 한 개인의 미래는 어떤 지식을 쌓았는지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누군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고자 한다면 ‘지식 파트너’를 넘어 ‘가치 파트너’가 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공시’를 넘어 ‘생애가치’의 공간으로 노량진을 바꾸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주은 < 메가스터디그룹 회장 son@megastudy.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