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새 일자리를 가로막는 것들
대선주자들이 백가쟁명식으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공공부문을 겨냥한 내용이 적지 않다. 9급 공무원 공채나 공기업 채용에 쏠리는 관심을 표심으로 유인하겠다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일 수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증세와 무관치 않은 구조를 갖는다. 공공부문의 역할이 이윤 창출보다 공공서비스 제공인 만큼 관련 비용은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다.

일자리 선순환 만들어야

일자리는 숫자도 숫자려니와 얼마나 양질인가가 중요하다. 일자리의 질을 결정하는 요체는 합당한 처우와 고용의 지속가능성으로 귀결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결정하는 관건은 일자리의 선순환이다. ‘이윤 창출→사업확장·신사업·인수합병→고용 여력 확대→채용 증가’로 이어지는 고리 말이다.

기업들이 곳간에 쌓아둔 이윤을 풀어 채용을 늘리는 데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글로벌 규모로 덩치를 키운 대기업들의 투자의사 결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서툰 경영의사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선진국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등의 정책으로 웬만한 곳은 투자의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다. 노사 간 갈등과 대립을 전제로 고용문제까지 규율하고 있는 노동법제는 사적 자치의 영역을 무더기 소송으로 대체시키며 경영의사 결정을 지난(至難)하게 만든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납품·협력업체의 일자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해외 현지법인에 비해 노동 생산성은 낮지만 급여 수준은 높고, 노조 조직률은 10.2%에 불과한 기업 노조가 변수다. 기업 노사협상에서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잣대는 노동 생산성이 아니다. 강성 노조의 집단 위력(威力)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대기업 이윤의 중소·납품·협력업체로의 이전을 의미하는 ‘트리클 다운 효과’는 그래서 기대난이다. 노동 개혁과 맞물려 논의가 시작된 노동 생산성은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흐지부지되면서 중단될 조짐이다.

타산지석 지혜 절실

일자리정책은 고용 여력을 키워줄 수 있는 정책 입안이나 사회적 담론 형성에 방점을 둬야 마땅하다. 신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버 에어비앤비 등 신산업은 국내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제도의 장벽으로 진입 자체가 어려운 탓이다. “입구규제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관리·규제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저해 요인으로 꼽히는 노사 문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노사갈등 조정·해결 방식은 70년 가까이 된 헌법과 그 헌법 정신을 담은 노동법제를 금과옥조 삼아 이뤄지는 사법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를 말인가. 근로자 보호에 앞장서 온 구미 각국에서는 지금 노동 법제를 바꾸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일자리 창출에 타산지석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즈음이다.

박기호 < 선임기자 겸 좋은일터연구소장 khpar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