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훈 K뱅크 행장 "1주일새 예금 1000억원…나도 놀랐다"
“소비자 호응이 예상보다 뜨겁습니다. 초기 자본금이 연말이면 바닥날 것 같습니다.”

11일 서울 종로 더케이트윈타워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심성훈 K뱅크 행장(사진)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걱정도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 같습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는 지난 3일 영업 시작 후 지금까지 약 15만명의 가입자가 몰렸다. 예금도 1000억원 넘게 들어왔다.

심 행장은 “연말까지 수신 5000억원, 여신 4000억원을 목표로 삼았는데 1주일 만에 예금 목표의 5분의 1이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고객센터에도 상담이 몰려 낮 시간 근무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등 한때 비상이 걸렸다.

협력사에서 100명 가까운 인원을 충원해 센터 규모를 두 배가량 늘리고 나서야 업무가 안정됐다.

심 행장은 “심야에도 상담하려면 대기해야 할 정도로 업무 수요가 많다”며 “그동안 시중은행이 하지 않은 서비스로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게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아직 완전한 성공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영업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했다.

영업이 잘되는 바람에 고민도 생겼다. 심 행장은 “연말께 증자를 하지 못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 미달해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발한 K뱅크는 지금까지 투자 등을 위해 절반 정도를 썼다. 고객이 가파르게 늘어 서비스 확충 등 추가 투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막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증자가 어렵다.

심 행장은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는 것을 전제로 논의를 시작하려 해도 세부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된 여러 개의 은행법 개정안이 제각각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를 35%, 50% 등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 행장은 증자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초 비씨카드와 제휴해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계좌와 연계한 예금과 새로운 대출 상품도 준비 중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