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은산분리 규제 속에선 글로벌 금융혁명 선도 못해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3일 출범한 지 사흘 만에 가입자 수 10만명을 돌파해 분당 평균 21명이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사흘 만에 수신계좌 수 10만6379개, 수신금액 730억원, 대출 승인 8021건, 대출액 410억원, 체크카드 발급 9만1130건을 기록했다. 1인당 평균 수신액은 69만원, 대출은 511만원이다. 가입자 연령별로는 30대 39.8%, 40대 30.4%, 20대 16.9%, 50대 10.9%, 60대 이상은 2.0%였다. 주로 30~40대가 소액예금, 소액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6월에는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영업을 시작한다.

카카오톡 가입자 4000만명을 기반으로 금융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스의 맥] 은산분리 규제 속에선 글로벌 금융혁명 선도 못해
이로써 한국도 드디어 본격적인 모바일 금융 시대에 진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바일 금융 또는 스마트 금융이다. 스마트폰이란 인터넷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폰이다. 2009년 모바일폰에서 인터넷 기능을 넣은 스마트폰이 출현함으로써 모바일폰은 이제 손 안의 컴퓨터가 됐다. 데스크톱 PC는 공간적 제약이 따르지만 스마트폰은 24시간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 모바일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에서도 데스크톱 PC를 이용한 온라인 거래는 점차 사라지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금융 또는 스마트 금융이 빠른 속도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뱅크 3.0》의 저자 브랫 킹은 앞으로 5년 정도면 과거 임대료가 비싼 목 좋은 사거리를 차지하고 있던 대형 금융점포가 사라지고 모바일 금융 고객을 지원할 최소한의 후선 기능 점포만 일부 남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공간 제약 없는 금융 빅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전통적 금융의 전산 부문에 모바일 기능을 접목해 효율성과 편리성을 제고하는 ‘점진적 변화’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파괴적 혁신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통해 모바일 금융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인터넷은행, 산업자본이 주도

한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는 것은 이처럼 급속도로 확산·대체되고 있는 모바일 금융 혁신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 금융은 모바일을 이용해 예금, 대출, 계좌이체 등 은행 거래를 하는 모바일 은행 외에도 자산관리, 증권, 보험 등 종합적인 금융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윈 회장이 이끄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계열 모바일은행인 마이뱅크(MyBank)를 통해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고 계열 모바일 증권사를 통해 남은 돈은 투자관리해주기도 한다. 전자상거래업체에서 모바일 종합금융그룹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편리성 외에도 모바일 금융은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용분석의 정확도 제고를 통해 중(中)신용등급 계층에 중(中)금리 대출을 가능하게 해 중소기업, 중견기업, 서민에게 꿈의 금융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 5~6등급이면 은행권 대출은 힘들어 바로 금리가 20%를 넘는 캐피털이나 저축은행으로 가야 한다. 이 중신용 계층에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계층은 151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좀 늦긴 했어도 한국이 이 같은 새로운 금융 혁신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은산(銀産) 분리, 전자금융거래, 개인정보 보호, 금융실명제와 관련한 규제 혁파와 금융·정보통신기술 융합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또 비(非)대면 인증, 플랫폼과 앱(응용프로그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용분석 시스템 개발, 블록체인 등 보안 솔루션 개발 강화 등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핀테크산업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일본은 소니와 야후,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 통신업체 KDDI, 미국은 구글 페이스북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분야에 진출하는 등 모바일기기 제조업체, 포털업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업체, 전자상거래업체 등 정보통신 인터넷 관련 산업자본이 금융 빅뱅을 주도하고 있다. 금융 빅뱅이 모바일 혁명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보통신 인터넷 관련 기업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대기업 참여 배제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를 없애거나 대폭 완화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가 미국은 25%, 일본 20%, 유럽연합(EU)은 50%지만 감독당국의 승인만 받으면 그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본의 라쿠텐뱅크는 라쿠텐이 100%, 소니뱅크는 소니가 100%, 재팬네트뱅크는 야후가 41.2%, 지분뱅크는 KDDI가 50%를 소유하고 있고 중국의 마이뱅크는 알리바바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강력한 은산 분리 정책 때문에 새로운 금융 혁명에서 뒤처질 상황에 놓여 있다. 은산 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은 조치다. 예컨대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의결권 있는 주식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은행의 사금고화’ 등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한 규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50%까지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상호출자제한 기업그룹은 아예 제외돼 있다. 대기업은 안 되고 은행 지분까지 제한하면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이 대기업 산업자본이 주도하고 있는 외국 인터넷전문은행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 금융산업이 80위로, 아프리카 국가들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새로운 금융 빅뱅 시대에도 뒤처진다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 금융에서는 뒤졌지만 모바일 신금융에서는 앞서나가야 한다.

은행법 개정안 논의 서둘러야

은산 분리 완화가 금융회사의 재벌 사금고화, 경제력 집중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동일인 여신한도, 건전성 규제 등 거래 규제와 은행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본시장 발전으로 재벌의 은행 의존도도 낮아졌다. 모바일 혁명 등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시대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오정근 <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