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위험은 해소됐다. 자본규제를 풀어야 한다.” “규제 때문에 돈이 없어 대출을 못한다고? 그러면 260억달러어치 자사주 매입은 어떻게 했나?”

월가의 거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표적인 규제강화론자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가 맞붙었다.

다이먼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우려는 본질적으로 사라졌다.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을 비판하자 카시카리 총재가 6일 “대형은행은 여전히 위험에 취약하다”며 받아친 것. 카시카리 총재는 “대형은행의 실패로 인한 위험이 해결되고 은행이 과잉자본을 갖고 있다는 (다이먼 회장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뭔가 잘못됐다”는 경고로 시작된 다이먼 회장의 서한은 트럼프 정부의 금융규제가 지체되고 있는데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는 “월가 대형은행들이 수년간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고 대출및 유동성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불필요하고 복잡한 금융규제가 시장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대출여력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카시카리 총재의 반론 역시 신랄했다. 그는 “반복된 위기의 역사는 ‘대마불사’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대형은행들은 충분한 자본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납세자는 여전히 “대형은행의 위험에 엮여있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손실에 대비한 자본충당의 적정성을 놓고도 맞붙었다. 다이먼 회장은 “Fed의 스트레스테스트(건전성 평가)가 예상손실을 비현실적으로 상정하고 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있다”며 “스트레스 테스트는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 현재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과도한 자본규제로 은행의 대출여력이 약화되고, 경제회복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2015년 분석자료를 근거로 “대형은행들이 대불황기에 직면할 경우 구제금융을 받게 될 확률이 70%에 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은행들은 (구제금융을 제공하게 되는)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산손실률이 20%에 달하더라도 견딜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은행이 필요한 자본의 절반만 쌓아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다이먼 회장을 직접 겨냥해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최근 5년간 어떻게 260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느냐”고 반문했다.

월가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와 감세 등 세제개혁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돈 줄이 궁해진 트럼프 정부가 월가에 손을 벌리기 위해 대폭적인 금융규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사하고 있다. 다이먼 회장의 주장을 이와 관련시켜 해석하는시각도 있다. 다이먼 회장은 트럼프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금융규제 완화가 어느 정도 수위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Fed와 트럼프 정부와의 긴장수위가 높아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