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세대를 아우르는 유대감, 음악을 통한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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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란 화합의 가치 함께하는 친구들
서로 밀고 끌어줄 모습 생각하니 즐겁다
이경재 < 오페라 연출가 >
서로 밀고 끌어줄 모습 생각하니 즐겁다
이경재 < 오페라 연출가 >
찬란했던 그리스 로마시대를 뒤로하고 맞은 유럽의 중세는 암흑기라고 일컬어지며, 르네상스가 도래하기 이전까지 자그마치 1000년에 가까운 시기는 암울한 이미지로 묘사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정통하지 못해 그 시기의 면면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렴풋한 학창시절의 세계사 시간을 더듬어보면 유럽의 중세는 어두웠던 시기 정도로 설명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선 문명의 놀라운 발달과 발전이 쇠락하면서 이어지는 서양 인류의 삶이란 이전 시대만 못해서 붙여진 이유일 수도 있겠다. 봉건 영주의 지배, 교회의 타락, 흑사병, 십자군 원정, 농민 반란 등 당시에 벌어진 상황을 짐작해봐도 시민의 삶이 이상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시기와 맞물려 서양의 음악은 그 긴 시간 동안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유럽에 산만하게 퍼져 있던 교회음악들이 교황 그레고리오 1세로 인해 정리되고, 지금은 5선으로 정리된 악보의 다양한 사용이 시도됐다. 또 하나의 선율로 부르던 노래들이 여러 개의 가락으로 화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하고 노래가 풍성해지자 이를 반주하던 악기도 다양하게 발전해가기 시작했다. 긴 겨울 동안 꽁꽁 싸맨 꽃망울 속에서 움트려는 새싹의 돋움처럼 다가올 시대의 아름다운 음악을 펼치기 위해 조금씩 움직였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서양 음악의 발전은 당시 많은 부분 교회 안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궁핍한 삶 속에서 학문과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수도원으로 많은 아이들을 보냈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지고 불렸다. 1212년 독일 라이프치히에 설립된 소년합창단이 있다. ‘토마너코어(Thomanerchor)’라는 이 합창단은 성 토마스 합창단으로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많은 활동을 하며 한국도 찾았던 실력 있는 단체다. 바로크 시대의 거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1700년대 초중반 이 합창단의 음악감독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합창단의 큰 특징 중 하나는 9세부터 18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상당히 폭넓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빈 소년합창단이나 파리나무 십자가처럼 변성기 전의 어린이들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성장기를 지낸 청소년과 청년까지 멤버로 구성하고 있다. 소프라노는 어린 멤버가 부르고 테너와 베이스는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고 함께 노래 부른 형들이 맡아서 음악적 폭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다. 음악적인 깊이의 구현은 10년여가 차이나는 세대가 어우러져 깊은 유대감을 통한 결과로 나타난다. 바흐가 합창단의 선배였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어려운 바흐 합창음악을 아름답게 부르는 합창단의 모습을 보면 연습과 생활 과정에서 어린 아이들과 큰 형들 사이의 자유로운 교류와 이해가 상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세대 간 공감과 공유, 음악을 통한 어울림이 부러워진다.
한국에도 이런 단체들이 생기고 있는 모양이다. 서울 모테트 청소년 합창단이라는 단체는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른다. 만들어진 지 오래지 않아서 토마스 합창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과 성장한 친구들이 음악이라는 화합의 가치를 함께 누리며 밀고 끌어줄 모습을 생각하니 즐겁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회의 한 부분에서 작은 화합의 음성들이 존재하고 있을 때 언젠가는 함께 노래를 불러 행복한 날도 오지 않을까?
이경재 < 오페라 연출가 >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시기와 맞물려 서양의 음악은 그 긴 시간 동안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유럽에 산만하게 퍼져 있던 교회음악들이 교황 그레고리오 1세로 인해 정리되고, 지금은 5선으로 정리된 악보의 다양한 사용이 시도됐다. 또 하나의 선율로 부르던 노래들이 여러 개의 가락으로 화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하고 노래가 풍성해지자 이를 반주하던 악기도 다양하게 발전해가기 시작했다. 긴 겨울 동안 꽁꽁 싸맨 꽃망울 속에서 움트려는 새싹의 돋움처럼 다가올 시대의 아름다운 음악을 펼치기 위해 조금씩 움직였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서양 음악의 발전은 당시 많은 부분 교회 안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궁핍한 삶 속에서 학문과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수도원으로 많은 아이들을 보냈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지고 불렸다. 1212년 독일 라이프치히에 설립된 소년합창단이 있다. ‘토마너코어(Thomanerchor)’라는 이 합창단은 성 토마스 합창단으로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많은 활동을 하며 한국도 찾았던 실력 있는 단체다. 바로크 시대의 거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1700년대 초중반 이 합창단의 음악감독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합창단의 큰 특징 중 하나는 9세부터 18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상당히 폭넓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빈 소년합창단이나 파리나무 십자가처럼 변성기 전의 어린이들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성장기를 지낸 청소년과 청년까지 멤버로 구성하고 있다. 소프라노는 어린 멤버가 부르고 테너와 베이스는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고 함께 노래 부른 형들이 맡아서 음악적 폭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다. 음악적인 깊이의 구현은 10년여가 차이나는 세대가 어우러져 깊은 유대감을 통한 결과로 나타난다. 바흐가 합창단의 선배였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어려운 바흐 합창음악을 아름답게 부르는 합창단의 모습을 보면 연습과 생활 과정에서 어린 아이들과 큰 형들 사이의 자유로운 교류와 이해가 상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세대 간 공감과 공유, 음악을 통한 어울림이 부러워진다.
한국에도 이런 단체들이 생기고 있는 모양이다. 서울 모테트 청소년 합창단이라는 단체는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른다. 만들어진 지 오래지 않아서 토마스 합창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과 성장한 친구들이 음악이라는 화합의 가치를 함께 누리며 밀고 끌어줄 모습을 생각하니 즐겁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회의 한 부분에서 작은 화합의 음성들이 존재하고 있을 때 언젠가는 함께 노래를 불러 행복한 날도 오지 않을까?
이경재 < 오페라 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