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이면 노인(만 65세 이상) 비중이 ‘고령사회’의 기준인 14%를 돌파한다. 2000년 ‘고령화사회’(노인 비중 7.0% 이상)에 들어선 지 불과 17년 만이다. 미국에서 73년 걸린 일임을 고려하면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실버쇼크’라 부를 만하다.

고령화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올 들어선 노인 인구 비중이 한 달에 0.1%포인트씩 높아지고 있다. 7~8년 뒤면 초고령사회(노인 비중 20% 이상) 진입이 확실시된다. 엊그제 신흥국에서 ‘늙은 한국’으로의 급격한 전환이다.

장수는 개인적으론 축복이지만 현실에서는 공포다. 노동인구 감소와, 구매력 낮은 노인 증가에 따른 소비 및 투자 부진으로 이어진다. 한국 경제의 최대 강점인 인적 자본의 쇠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지난해 정점(73.4%)을 찍었다.
"고령화가 재앙? 우리 하기에 달렸다"
고령사회는 디플레이션의 전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부동산값이 급락하고 경제적 후퇴가 본격화했다. ‘잃어버린 20년’의 주요 배경이다.

연금 등 사회보장 부담 급증과 재정 압박은 눈앞의 현실이 됐다. 국민연금은 수급자 급증으로 불과 20여년 뒤면 지급액이 납입액을 앞지르게 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도 벌써 국가부채의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연금개혁은 일종의 금기어다. ‘좌클릭’에 바쁜 대선판에서는 여전히 복지장사가 한철이다. 그리스나 남미행 급행열차를 예약하는 일이다.

고령화는 북핵 못지않게 무서운 현실이다. 지금까지는 애써 무시해 왔지만 이제 회피가 불가능해졌다. 그렇다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20년 전 초유의 외환위기도 ‘위장된 축복’으로 만든 우리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서둘러 전환하는 일이다. 능력 밖의 복지로 미래 세대를 인질로 잡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도 단견이다. 지금은 65세가 넘어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이다. 부족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일자리다. 고령사회 진입을 탈(脫)규제와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백광엽 지식사회부장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