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법 원칙에서 벗어난 과잉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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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지분율 기준 30%→20%로 낮춰 상장사 규제 강화 검토
차별적 법 적용, 자유로운 경쟁 저해…이익 보는 건 외국계 기업뿐
효율적 분업구조 해쳐 경제효율성↓…거래를 직접 규제하면 안돼
정기화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차별적 법 적용, 자유로운 경쟁 저해…이익 보는 건 외국계 기업뿐
효율적 분업구조 해쳐 경제효율성↓…거래를 직접 규제하면 안돼
정기화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公正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 비율을 넘는 계열 회사와 거래하면 이를 일감몰아주기로 여겨 규제하고 있다. 현재 기준은 계열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기업은 30% 이상, 비상장기업은 20% 이상으로 돼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20%로 하겠다는 것이다.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셈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줘 편법상속을 했다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로 얻은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에 이르렀고, 나아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이런 거래 자체를 제한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경제 규제라도 면밀한 분석이나 구체적인 검토를 거친 뒤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의도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조급하게 도입된 측면이 있다. 이번 공정위 조치도 마찬가지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공정위는 법 시행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일정기간 시행해본 뒤 규제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해 개선 방향을 마련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법 시행에 따른 규제의 성과나 한계가 어느 정도 검토됐는지 모르지만 이번 규제 강화는 경제논리에서 비롯됐다고 여기기 힘들다.
본질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법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확립된 정의의 개념에 따르면 법이란 상대방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 대기업집단이 거래하는 상대방이 누구인가에 따라 거래의 부당성이 결정되면 그것은 법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도입됐던 당시의 개정 이유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즉 위법성의 판단기준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제공했는지 여부라는 것이다. 경제거래는 서로에게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 이상인 계열기업과의 정상거래도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공정법 취지에 안 어울리는 규제
일감몰아주기 거래는 다른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를 빼앗기 때문에 기회의 불균등을 교정하기 위한 규제는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 따르면 내가 어떤 기업과 거래해 이익을 줬으면 그것은 나와 거래해 이익을 얻었을 다른 기업의 이익을 빼앗는 것으로 정의에 어긋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정의라는 이름으로 모든 자유를 제한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거래의 공정성과는 무관하며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려면 누구나 자유롭게 거래의 상대방을 택하고 거래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오히려 거래의 상대방을 제한하고 있어서 자유로운 경쟁이 촉진되는지 의심스럽다.
중소기업 이익도 보장하지 못해
나아가 규제의 기준이 불분명해 과잉 금지가 초래된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에 배포된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경쟁 입찰을 거쳐 계열회사와 거래하더라도 그것이 적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경쟁 입찰을 거쳤더라도 실질적으로 계열회사가 낙찰받도록 했다면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기업집단은 입찰 자격을 정할 때 경영상 필요한 합리적 조건이더라도 그것이 계열회사에 유리하면 이를 입찰 자격에 넣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경영상 필요한 합리적 조치도 처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예 포기하게 되는 과잉 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무리한 규제일지라도 국내 중소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대기업집단이 국내 중소기업과 거래하기보다 거래조건이나 신용이 좋은 다른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과 거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스템통합 부문이나 광고 부문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이익을 본 것은 외국계 기업들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초래한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효율적 분업구조를 해쳐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기업 간 거래는 가격이나 품질뿐 아니라 거래의 신뢰성, 분쟁 조정의 법률여건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대기업집단의 계열기업 간 내부거래는 다양한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며 발전해왔다. 내부거래를 통해 ‘소득의 이전’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일감몰아주기라고 규제하면 기업 간 분업구조가 왜곡되고 경제 전체의 비효율성이 커진다.
또 규제로 인해 경영권 방어비용이 증가하고 기업의 경영성과가 줄어든다. 총수 일가가 규제 대상 기업의 지분을 줄이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경영성과 개선보다 주식 이동 동향이나 주가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쓰게 된다. 국내 기업이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는 일은 없겠지만 외국의 대규모 사모펀드 등은 자금동원력이 크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규제에 순응하기 위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기업 간에 합병이 이뤄지면 계열기업 간 이뤄졌던 시장거래가 기업 내 생산으로 대체된다. 이로 인해 시장거래에 따른 이익이 줄어들어 경영성과가 나빠지는 것이다.
경영 활성화 큰 그림 그려야
현실적으로 대기업집단과의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가 이익을 보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대중의 정서를 만족시켜 정치인들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 만족을 위해 지불하는 경제적 비용이 작지 않다. 시장에서 행해지는 자유로운 거래를 규제하면 기업 간 분업구조가 왜곡되고 기업의 경영성과가 줄어든다. 그러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복지재원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제는 거래를 직접 규제하기보다 다양한 정책수단을 연구 검토해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업의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고 이를 통해 증가하는 조세를 복지에 활용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정기화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 비율을 넘는 계열 회사와 거래하면 이를 일감몰아주기로 여겨 규제하고 있다. 현재 기준은 계열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기업은 30% 이상, 비상장기업은 20% 이상으로 돼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20%로 하겠다는 것이다.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셈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줘 편법상속을 했다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로 얻은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에 이르렀고, 나아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이런 거래 자체를 제한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경제 규제라도 면밀한 분석이나 구체적인 검토를 거친 뒤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의도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조급하게 도입된 측면이 있다. 이번 공정위 조치도 마찬가지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공정위는 법 시행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일정기간 시행해본 뒤 규제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해 개선 방향을 마련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법 시행에 따른 규제의 성과나 한계가 어느 정도 검토됐는지 모르지만 이번 규제 강화는 경제논리에서 비롯됐다고 여기기 힘들다.
본질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법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확립된 정의의 개념에 따르면 법이란 상대방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 대기업집단이 거래하는 상대방이 누구인가에 따라 거래의 부당성이 결정되면 그것은 법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도입됐던 당시의 개정 이유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즉 위법성의 판단기준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제공했는지 여부라는 것이다. 경제거래는 서로에게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 이상인 계열기업과의 정상거래도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공정법 취지에 안 어울리는 규제
일감몰아주기 거래는 다른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를 빼앗기 때문에 기회의 불균등을 교정하기 위한 규제는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 따르면 내가 어떤 기업과 거래해 이익을 줬으면 그것은 나와 거래해 이익을 얻었을 다른 기업의 이익을 빼앗는 것으로 정의에 어긋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정의라는 이름으로 모든 자유를 제한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거래의 공정성과는 무관하며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려면 누구나 자유롭게 거래의 상대방을 택하고 거래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오히려 거래의 상대방을 제한하고 있어서 자유로운 경쟁이 촉진되는지 의심스럽다.
중소기업 이익도 보장하지 못해
나아가 규제의 기준이 불분명해 과잉 금지가 초래된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에 배포된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경쟁 입찰을 거쳐 계열회사와 거래하더라도 그것이 적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경쟁 입찰을 거쳤더라도 실질적으로 계열회사가 낙찰받도록 했다면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기업집단은 입찰 자격을 정할 때 경영상 필요한 합리적 조건이더라도 그것이 계열회사에 유리하면 이를 입찰 자격에 넣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경영상 필요한 합리적 조치도 처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예 포기하게 되는 과잉 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무리한 규제일지라도 국내 중소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대기업집단이 국내 중소기업과 거래하기보다 거래조건이나 신용이 좋은 다른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과 거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스템통합 부문이나 광고 부문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이익을 본 것은 외국계 기업들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초래한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효율적 분업구조를 해쳐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기업 간 거래는 가격이나 품질뿐 아니라 거래의 신뢰성, 분쟁 조정의 법률여건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대기업집단의 계열기업 간 내부거래는 다양한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며 발전해왔다. 내부거래를 통해 ‘소득의 이전’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일감몰아주기라고 규제하면 기업 간 분업구조가 왜곡되고 경제 전체의 비효율성이 커진다.
또 규제로 인해 경영권 방어비용이 증가하고 기업의 경영성과가 줄어든다. 총수 일가가 규제 대상 기업의 지분을 줄이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경영성과 개선보다 주식 이동 동향이나 주가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쓰게 된다. 국내 기업이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는 일은 없겠지만 외국의 대규모 사모펀드 등은 자금동원력이 크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규제에 순응하기 위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기업 간에 합병이 이뤄지면 계열기업 간 이뤄졌던 시장거래가 기업 내 생산으로 대체된다. 이로 인해 시장거래에 따른 이익이 줄어들어 경영성과가 나빠지는 것이다.
경영 활성화 큰 그림 그려야
현실적으로 대기업집단과의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가 이익을 보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대중의 정서를 만족시켜 정치인들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 만족을 위해 지불하는 경제적 비용이 작지 않다. 시장에서 행해지는 자유로운 거래를 규제하면 기업 간 분업구조가 왜곡되고 기업의 경영성과가 줄어든다. 그러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복지재원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제는 거래를 직접 규제하기보다 다양한 정책수단을 연구 검토해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업의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고 이를 통해 증가하는 조세를 복지에 활용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정기화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