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 지바고’의 배경을 수놓은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 눈부신 설원의 은빛 장관을 잊지 못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강원 산간에서만 볼 수 있다. 인제 자작나무숲은 1990년대 초부터 인공림으로 키운 것이다. 자작나무는 줄기가 눈처럼 희어서 백화(白樺)나무로도 불린다.

윤기 나는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기름기가 많아 불을 붙이면 오래간다. 신혼방을 밝히는 화촉(華燭)이나 결혼식에 쓰는 화혼(華婚)이 여기서 온 말이다. 옛날엔 종이를 대신해 그림을 그리고 글씨까지 썼다.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렸다. 목재는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고 결이 곱다. 벌레도 잘 먹지 않는다. 가구를 만들고 조각하는 데 제격이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의 일부도 자작나무다. 보기만 좋은 게 아니라 실용성까지 뛰어나다.

산림청이 이달 말까지 전국에 심는 나무는 5400만 그루에 이른다. 지역별 중점 수종을 선정해서 조림효과를 높일 모양이다. 기후 조건에 맞춰 남부에는 편백나무와 소나무 참나무류 삼나무 가시나무류, 중부에는 낙엽송과 잣나무 백합나무를 심는 방식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경제림 중심으로 산림자원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산 주인들도 유실수 위주에서 벗어나 ‘돈 되는 나무’를 찾고 있다. 산림경영 개념이 도입된 이후 달라진 현상이다. 전국 산림의 68% 이상이 개인소유여서 이들의 호응이 중요하다.

한때는 목재용 장육림(長育林)이 인기였다. 최근에는 1~2년 만에 수익이 나는 두릅 오가피 오미자나 5~6년이면 되는 산수유 살구 산벚 등 수종이 다양해졌다. 고로쇠, 호두나무 재배로 성공한 사례도 많다. 백합나무와 벚나무 같은 경제수는 소나무보다 성장속도가 2배 정도 빠르고, 경제성은 5배가 넘는다. 치유와 휴양의 의미까지 보태면 부가가치는 더 커진다. 산림경영에 레저, 휴식을 융합하면 그게 6차산업이다.

한국콜마 같은 기업들도 해마다 개간지에 나무를 심으며 ‘산림경영’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 감축량인 ‘산림 탄소’를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사고팔 수도 있다. 눈밝은 산 주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는 28.3㏊에 2044년까지 소나무 숲을 조성해 1만331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약 2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산림면적은 국토의 68.4%나 된다. 천연자원은 적지만 산은 많으니 우리 미래가 숲에 달려 있다. 오늘은 식목일, 나무심기 좋은 날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