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우산혁명' 지도부를 기소하고 시위 참가자에 징역형을 선고한 것과 반대로 대만은 반(反) 중국 성향의 시위인 '해바라기 운동' 지도부에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중국 당국은 홍콩 우산혁명에 지지를 표명한 두 인권운동가에 중형을 선고했다.

1일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에 따르면 타이베이지방법원은 전날 '시민 불복종' 개념을 처음으로 인용해 황궈창(黃國昌) 시대역량 입법위원을 비롯한 해바라기 운동 지도부 22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4년 3월 3주간의 입법원(국회) 점거농성 사태가 벌어진지 2년여만에 해바라기운동의 합법성과 진정성이 인정된 것이다.

친중국계 마잉주(馬英九) 총통 정부는 2013년 6월 중국과 '양안서비스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이듬해 3월 입법원에서 이 협정을 날치기 통과시키려 하다가 야당과 대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린페이판(林飛帆), 천웨이팅(陳爲廷) 등 대학생 지도부는 이후 대만 경제의 중국 종속화에 반대하며 입법원을 점거하고 24일간 농성을 벌였다.

시위대가 가슴에 해바라기 장식을 가슴에 달고 시위를 했다고 해서 '해바라기 학생운동'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점거농성을 주도한 지도부 22명은 검찰에 의해 타인의 범죄를 선동, 사주하고 공무집행을 방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년여의 심리 끝에 전원 무죄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시민은 (권력에) 불복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황궈창 위원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 사건에 정당한 사유가 있고 실질적 위법성을 구비하지 않는다면서 '시민 불복종' 개념을 처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시민 불복종'에 대해 항거 대상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중대한 위법 또는 불의 행위여야 한다는 점, 공익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하며 항거의 행위와 그 대상 사이에 관련성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 등의 7가지 구성요건을 제시했다.

항거 행위가 공개적이고 비폭력적이어야 하며 항거 행위로 인한 위해가 그 추구 목적이 가져올 이익보다 적어야 한다는 점도 구성요건에 포함됐다.

이번 판결에 앞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지난해 5월 취임 사흘만에 해바라기 운동 단순 가담자 126명에 대한 기소를 철회한 바 있다.

총통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며 "해바라기 학생운동은 대만 민주화의 진일보한 이정표로 다시 한 번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점을 깨닫게 했다"고 밝혔다.

해바라기 운동은 이후 대만 정치권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해바라기 운동을 계기로 출범한 반중 성향의 신생정당인 시대역량이 민진당, 국민당에 이어 제3당으로 올라섰다.

이번에 무죄판결을 받은 황 위원은 시대역량의 집행주석을 맡고 있다.

반면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홍콩에서는 해바라기 운동과 비슷한 반중국 성향의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지도부를 본격적으로 기소하는 등 공안정국 선풍이 불고 있다.

친중국파인 캐리 람(林鄭月娥·59·여) 전 정무사장(총리격)이 차기 행정장관에 당선된 지 하루 만에 홍콩 정부는 베니 타이(戴耀延) 홍콩대 교수 등 '우산혁명' 지도부를 공공장소 소란 등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이어 급진 시민단체인 열혈공민(熱血公民)의 앨빈 청(鄭錦滿·28) 부주석이 2014년 우산혁명 당시 도로 점거를 금지한 법원 명령을 무시한 혐의를 적용받아 징역 3개월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우산혁명은 중국의 홍콩 개입이 심해지던 2014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 이행을 요구했던 도심 점거 시위였다.

중국 내에서도 홍콩 우산혁명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가 구금돼 있던 2명의 중국 인권운동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광둥(廣東) 포산(佛山)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달 31일 국가정권 전복 선동 혐의로 기소된 인권운동가 천치탕(陳啓棠)과 쑤창란(蘇昌蘭·여)에 대해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3년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인권과 홍콩 우산혁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글을 올렸다가 2014년말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