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사실을 접하고 대체로 안타까우면서 씁쓸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고민정 씨(26·서울 서대문구)는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구속 사실을 확인하고 박 전 대통령이 정말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나 씁쓸했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씨(42·서울 강서구)는 “대통령 세 명이 구속되는 걸 모두 TV로 지켜봤는데 세 번 모두 후련하지만은 않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68)는 “박 전 대통령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같이 사는 가족도 없는 사람을 굳이 구속까지 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삼성동 자택 인근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0여명이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최모씨(59)는 “꼭 이렇게까지 (박 전 대통령을) 가혹하게 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 사는 이모씨(43)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때문에 외출도 자제했는데 이제 조용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시민단체들은 이번 일을 사회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치주의 구현은 민주주의의 초석’이란 성명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의 구현이자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역대 정권에서 관행처럼 이어진 관치금융을 근절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다. 태극기 집회 주최 측은 1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정광용 국민저항본부 대변인은 “거짓과 불의가 승리하고 정의와 진실이 패배했다”며 지지자들의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번주 퇴진행동 전체 차원의 촛불집회는 열지 않는다. 하지만 퇴진행동 산하 적폐청산특별위원회와 4·16연대는 1일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 세월호 진상 규명, 적폐 청산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보다 집회 참가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수영/구은서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