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슈퍼딜과 모험, 당신의 선택은?
상위권 공과대학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OO공사에 재직 중인 30대 후반의 제자가 얼마 전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결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네 가지입니다. 한국에서 한국 여자 또는 외국 여자와 결혼하는 방법, 외국에서 한국 여자 또는 외국 여자와 결혼하는 방법. 근데 저는 한국에서 한국 여자와 결혼하는 것 빼고는 다 자신있습니다.” 그 이유가 더 가관이다. 마음에 드는 신붓감을 만나면 마지막 관문인 (신랑) 아버지 스펙에서 밀려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고 하니 말이다. 옆에 있던 여제자는 한술 더 뜬다. “결혼 후 살 집을 강남 3구까지로 제한하는 애들도 많지만 나는 분당까지는 괜찮아”라며 결혼이 인생 최대의 슈퍼딜(?)이란다. 참으로 아찔한 얘기다. 어쩌다 사회가 이렇게 보수화되고 계층이 고착화돼버렸는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그 위대한 세대가 자녀에겐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나는 대학에 재학 중이던 1986년 결혼했는데 어느 날 아내가 생활비가 3만원밖에 안 남았다고 말하며 막막해했다. 대학 졸업식장에 가서 커피 장사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졸업식장에는 전문 장사꾼들이 포진돼 있었지만 기동력을 발휘해 커피를 팔면 된다 확신하고 찾아가는 배달 서비스를 시작, 내가 가져갔던 커피를 완판해 15만원을 벌었다. 이것이 나의 첫 창업이었다. 이 사건은 내 인생을 두 가지 면에서 바꿔놨다. 아무리 경쟁이 심해도 좋은 아이디어와 빠른 실행력이 뒷받침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줬고, 다른 하나는 이 일로 인해 과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과거 친했던 하숙집 아주머니가 커피 장사를 했다고 야단치며 과외를 하라고 고2 학생을 소개시켜줬다. 사흘 뒤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제자를 만났고, 이를 계기로 ‘손사탐(필자의 강사 시절 별명)’이 됐으며 메가스터디라는 교육기업도 탄생시켰다.

요즘 젊은 세대의 결혼 풍속을 보면서 나의 젊은 시절 하루의 창업이 내 인생을 얼마나 크게 바꿔놨는지 잠시 생각해봤다. 저출산 문제, 청년 주택난 해결 등 많은 정책적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길이 안 보인다. 우리 부모 세대가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지금 청년 세대의 문제 해결에 대한 새로운 답은 아닐까? 부모님의 체면과 지나친 개입을 뛰어넘는 우리 청년의 기개를 다시 살려낼 순 없을까?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슈퍼딜(?)을 할 것인가? 모험을 선택할 것인가?

손주은 < 메가스터디그룹 회장 son@megastudy.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