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1~2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은 지 닷새 만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7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와 이미 구속된 다른 피의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했다”고 영장청구 배경을 밝혔다.

전직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이다. 이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이 제도가 1997년 도입됐기 때문에 전, 노 전 대통령(1995년)은 영장실질심사 없이 서류심사만 거쳐 구속됐다.

검찰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이 기업으로 하여금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토록 한 행위에 대해 삼성을 제외하곤 강요죄를 적용했다. SK, 롯데 등의 뇌물 혐의 적용 여부와 관련해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병일/고윤상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