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여신'이 돌아왔다…이미림, 29개월 만에 우승 입맞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LPGA 기아클래식 20언더파…독주 끝에 6타 차 정상
전반 홀수홀 '징검다리 버디쇼' 뒷심 부족·역전패 악몽 날려
2014년 데뷔 후 2승 챙긴 뒤 2년5개월 동안 준우승만 네 번
기아클래식 6년 무승 한 풀고 K골프 다시 '시즌 4승' 랠리
전반 홀수홀 '징검다리 버디쇼' 뒷심 부족·역전패 악몽 날려
2014년 데뷔 후 2승 챙긴 뒤 2년5개월 동안 준우승만 네 번
기아클래식 6년 무승 한 풀고 K골프 다시 '시즌 4승' 랠리
“언젠가는 된다고 믿었죠. 그냥 똑바로만 치려 했어요.”
이미림(27·NH투자증권)이 오랜 침묵을 깼다. 27일(한국시간) 기아클래식을 제패하며 2년5개월여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정상을 다시 밟았다. 뒷심 부족 오명과 역전패 징크스를 훌훌 털어버린 ‘긍정소녀’의 부활이다. 이미림은 “생각보다 일찍 우승이 나와 남은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해 다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9개월을 견딘 ‘긍정의 힘’
그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아비아라GC(파72·659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잡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첫날, 둘째날 4언더파, 대회 사흘째 5언더파를 쳤으니 마지막날까지 활활 타오른 상승세였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 14언더파를 친 2위 유소연(27·메디힐스)을 6타 차로 따돌린 압승이다. 우승상금 27만달러(약 3억원)를 보탠 이미림의 LPGA 통산 상금은 209만6287달러(약 23억원)로 늘었다.
이미림이 기록한 20언더파는 2015년 3월 그에게 역전패를 안기며 우승컵을 가져간 크리스티 커(미국)의 기록과 같은 이 대회 최저타다. 당시 3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가 2타 차로 역전패한 아픔을 똑같은 성적으로 깨끗이 설욕했다. 2년 만에 리턴매치를 펼친 커는 12언더파 공동 4위에 머물렀다.
통산 3승을 올린 이미림은 뒷심 부족 징크스도 훌훌 털어버렸다. 2014년 마이어클래식(8월)과 레인우드클래식(10월)으로 2승을 거머쥔 뒤 준우승만 네 번을 했다. 이 가운데 두 번이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선두를 내준 역전패다. ‘샷도 멘탈도 다 좋은데 막판에 독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게 흠’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그는 그러나 세간의 혹평을 한 귀로 흘렸다고 했다. 오히려 골프를 놓아버렸더니 여유와 자신감이 찾아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미림은 “처음엔 온통 골프를 잘 쳐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 찼는데 지금은 연습장 이외에선 골프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회 창설 7년 만에 한국선수 우승컵
이미림은 지난 겨울 샷의 방향성을 잡는 데 주력했다. 러프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해저드나 OB(out of bounds) 구역만큼은 피해야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루키로 벼락같은 2승을 올린 2014년에도 난데없이 샷이 사방으로 튀는 게 문제였다. 드라이버 정확도가 100위 밖을 맴돌았다. 성적도 들쭉날쭉했다. 이번 대회에서 더 큰 실수만 막자고 생각했다. 그는 “아비아라 골프장은 유독 러프가 질겨 페어웨이를 지키자는 전략을 세웠다”며 “결정적인 샷 실수가 없었던 게 타수를 차곡차곡 줄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성공시키는 ‘클러치 퍼팅’이 약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달랐다. 2라운드를 제외하고는 1, 3, 4라운드 모두 퍼팅 개수가 28개에 불과했다. LPGA 퍼팅 랭킹 ‘톱10’에 드는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호흡을 맞춘 캐디 존 클린과의 궁합도 잘 맞았다. 이미림은 1타 차로 쫓기던 4라운드에서도 클린과 18홀 내내 대화하며 웃었다.
이미림의 우승으로 지난주 뱅크오프호프파운더스컵에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에게 밀려 주춤했던 ‘K랠리’도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한국은 장하나(25·BC카드)의 ISPS한다호주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양희영(28·PNS창호),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잇따라 혼다타일랜드와 HSBC챔피언스를 제패하며 올 시즌 3주 연속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주 노르드크비스트에 막혀 4연속 우승이 좌절됐다. 한국 선수가 기아클래식을 제패한 것은 2010년 서희경(31) 이후 7년 만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이미림(27·NH투자증권)이 오랜 침묵을 깼다. 27일(한국시간) 기아클래식을 제패하며 2년5개월여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정상을 다시 밟았다. 뒷심 부족 오명과 역전패 징크스를 훌훌 털어버린 ‘긍정소녀’의 부활이다. 이미림은 “생각보다 일찍 우승이 나와 남은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해 다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9개월을 견딘 ‘긍정의 힘’
그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아비아라GC(파72·659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잡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첫날, 둘째날 4언더파, 대회 사흘째 5언더파를 쳤으니 마지막날까지 활활 타오른 상승세였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 14언더파를 친 2위 유소연(27·메디힐스)을 6타 차로 따돌린 압승이다. 우승상금 27만달러(약 3억원)를 보탠 이미림의 LPGA 통산 상금은 209만6287달러(약 23억원)로 늘었다.
이미림이 기록한 20언더파는 2015년 3월 그에게 역전패를 안기며 우승컵을 가져간 크리스티 커(미국)의 기록과 같은 이 대회 최저타다. 당시 3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가 2타 차로 역전패한 아픔을 똑같은 성적으로 깨끗이 설욕했다. 2년 만에 리턴매치를 펼친 커는 12언더파 공동 4위에 머물렀다.
통산 3승을 올린 이미림은 뒷심 부족 징크스도 훌훌 털어버렸다. 2014년 마이어클래식(8월)과 레인우드클래식(10월)으로 2승을 거머쥔 뒤 준우승만 네 번을 했다. 이 가운데 두 번이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선두를 내준 역전패다. ‘샷도 멘탈도 다 좋은데 막판에 독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게 흠’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그는 그러나 세간의 혹평을 한 귀로 흘렸다고 했다. 오히려 골프를 놓아버렸더니 여유와 자신감이 찾아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미림은 “처음엔 온통 골프를 잘 쳐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 찼는데 지금은 연습장 이외에선 골프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회 창설 7년 만에 한국선수 우승컵
이미림은 지난 겨울 샷의 방향성을 잡는 데 주력했다. 러프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해저드나 OB(out of bounds) 구역만큼은 피해야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루키로 벼락같은 2승을 올린 2014년에도 난데없이 샷이 사방으로 튀는 게 문제였다. 드라이버 정확도가 100위 밖을 맴돌았다. 성적도 들쭉날쭉했다. 이번 대회에서 더 큰 실수만 막자고 생각했다. 그는 “아비아라 골프장은 유독 러프가 질겨 페어웨이를 지키자는 전략을 세웠다”며 “결정적인 샷 실수가 없었던 게 타수를 차곡차곡 줄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성공시키는 ‘클러치 퍼팅’이 약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달랐다. 2라운드를 제외하고는 1, 3, 4라운드 모두 퍼팅 개수가 28개에 불과했다. LPGA 퍼팅 랭킹 ‘톱10’에 드는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호흡을 맞춘 캐디 존 클린과의 궁합도 잘 맞았다. 이미림은 1타 차로 쫓기던 4라운드에서도 클린과 18홀 내내 대화하며 웃었다.
이미림의 우승으로 지난주 뱅크오프호프파운더스컵에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에게 밀려 주춤했던 ‘K랠리’도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한국은 장하나(25·BC카드)의 ISPS한다호주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양희영(28·PNS창호),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잇따라 혼다타일랜드와 HSBC챔피언스를 제패하며 올 시즌 3주 연속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주 노르드크비스트에 막혀 4연속 우승이 좌절됐다. 한국 선수가 기아클래식을 제패한 것은 2010년 서희경(31) 이후 7년 만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