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세 번째)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두 번째)과 이야기하고 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네 번째)과 왕이 외교부장(맨 오른쪽)이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세 번째)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두 번째)과 이야기하고 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네 번째)과 왕이 외교부장(맨 오른쪽)이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향후 두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핵,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통상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대북 강경 발언은 한국의 차기 정부에 큰 숙제를 남겼다는 지적도 있다.

◆“양국, 완벽한 파트너 될 것”

시 주석은 19일 틸러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미 양국 간 협력이 양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중·미 양국은 완벽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시 주석의 언급은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때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가 베이징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양국 관계 발전은 오로지 상호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만 언급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얘기가 나온 것은 양측이 서로 간 갈등 현안에 대해 빅딜을 시도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이 소식통은 “시 주석이 ‘완벽한 파트너’라는 표현을 쓴 것은 미·중 관계 정상화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이 다음달 초순으로 예정된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5월9일 치러지는 한국 대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길에 한국을 경유한다면 한국의 차기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강경책, 갈등 원인 될까

틸러슨 장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방문에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 방침에 따른 다소 모호한 대북 전략이 보다 뚜렷해졌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핵 동결’이 아니라 ‘폐기’로 못 박았고,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도 했다. 조속한 사드 배치 방침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런 태도를 갖게 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북한 문제가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 북한은 미·일 정상회담 기간에 도발한 데 이어 한 달도 안돼 지난 6일 4발의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카드를 접었다.

한국 내부의 정치 일정도 변수다. 오는 5월 치러질 한국 대선에서는 미국의 대북(對北)·대중(對中)정책과 의견을 달리하는 야권 지도자의 집권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은 대선 이전에 동북아 전략에 중요한 수단인 사드 배치와 북한 문제 등을 빨리 매듭짓고 싶어 할 수 있다.

틸러슨 장관의 대북 강경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우려를 나타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등 야당 주요 대선주자들은 북핵 폐기 없인 대화가 없다는 미국과 달리 대화도 병행하자고 주장한다.

사드 배치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차기 정부로 미루자고 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야당은 군사적 긴장 상황을 조성해선 안 된다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 간 갈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동행 기자에게 일본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하고, 한국은 동북아의 안정과 관계가 있는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로 규정했다. 미국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차등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박상익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