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왕정훈처럼…" 해외로 떠나는 골프 유목민들
투어 프로 2년차 임성재(19)의 올 시즌 목표는 ‘아시안 킹’이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풀 시드를 모두 받았지만, 눈높이는 국제대회인 아시안투어 챔피언에 꽂혀 있다. 지난 1월 아시안투어 미얀마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올라 성공적인 해외 무대 신고식을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꿈이던 미국 무대에 진출하려면 국내든 해외든 출전 기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투어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투어를 병행하는 골퍼들이 시나브로 늘고 있다. 중국과 아시안투어에서 잔뼈를 키운 뒤 유럽프로골프(EPGA)투어로 주 무대를 옮겨 2승을 따낸 왕정훈(22)처럼 대회가 열리는 투어 어디든 도전장을 던지는 ‘노마드형 골퍼’들이다. 올해만 한국 남자 선수 21명이 아시안투어와 일본, 미국투어에서 새롭게 해외 투어 시드를 따냈다.

요즘 가장 뜨거운 거점은 일본투어다. 지난해 12월 Q스쿨을 통해 2017 투어 시드를 확보한 선수가 12명이다. 변진재(27·미르디앤씨)와 김도훈(27·JDX), 이창우(23·CJ오쇼핑), 국가대표 출신 함정우(22), 문경준(34·휴셈) 등 상당수가 국내 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실력파다. 올해 JGTO는 26개 대회 35억9475만엔(약 371억원) 규모로 열린다. 19개 대회, 총상금 139억여원인 국내 투어보다 큰 규모다. 우승 상금이 국내보다 3~4배가량 많다는 점도 매력이다. 일본투어에서 상금 상위권에 오르면 아시안투어나 유럽투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등 상위 투어에 초청받는 기회도 훨씬 많다.

임성재처럼 프로 초반기부터 ‘멀티 투어’를 겨냥하는 젊은 선수도 많지만, 이동민(32·바이네르) 홍순상(36) 장익제(44) 등 뒤늦게 노마드 대열에 합류한 늦깎이 베테랑도 있다. 이들은 지난주 열린 아시안투어 ISPS한다뉴질랜드오픈에 출전했다. KPGA 대상을 받은 최진호(33·현대제철)도 틈나는 대로 해외 투어에 나갈 계획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