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동물복지
시위대를 연행해가는 경찰버스를 닭장차라고 부르곤 했다. 비좁은 공간에 가능한 한 많은 닭을 쑤셔(?) 넣는 닭장을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런 닭장차가 거의 사라진 요즘, 닭 사육 환경에도 작지만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소위 동물복지라는 개념이 도입돼 가축들도 좀 더 쾌적하고 자연스런 환경에서 기르고 도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동물복지 개념은 1964년 영국의 루스 해리슨이 《동물기계(Animal Machines)》라는 책을 통해 동물도 고통과 스트레스, 불안, 두려움 , 좌절, 기쁨 등을 느낀다고 주장하면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는 농장동물의 5대 자유로 배고픔 및 갈증, 불편함, 질병 및 고통과 부상,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본능적 행동의 자유를 주창해 왔다.

동물복지는 결국 인간복지로 이어진다는 게 이 운동의 모토다. 지난주 한국을 찾은 킴머 틸리카이넨 핀란드 농업환경부 장관은 “핀란드에서는 1970년대부터 본격 추진한 동물복지 정책 결과 구제역, AI 발병률이 0%”라고 강조했다. 가혹한 농장형 사육과 성장촉진제, 예방용 항생제 투여를 금지한 결과라는 것이다. 동물복지 운동이 질 좋은 축산물 생산으로 이어져 인간의 건강도 지켜주고 수익성도 높아졌다고 한다.

국내에는 2011년 동물복지 개념이 본격 도입됐다.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와 축산물 인증표시제를 도입한 것이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농장을 인증하고 운송·도축 과정까지 복지기준을 지킨 경우 ‘동물복지인증 마크’를 붙일 수 있다. 동물복지인증은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소·염소로 대상을 넓혀갔다. 하지만 가장 인증이 많은 산란계 농장도 그 비율은 1%를 조금 넘는 정도라고 한다. 시설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복지인증 제품 인지도 역시 낮기 때문이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동물은 사람과 달라서 동물복지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물고기를 포함해 대부분 동물이 통증은 물론 공포, 스트레스, 쾌감을 느끼고 호기심이 있으며 기억력도 있다는 것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농장동물 복지는 축산물의 품질향상 내지는 품질통제(QC)를 위한 것일 뿐, 진정한 동물복지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간이 가축을 먹이로 삼는 한, 그런 의미의 동물복지는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