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서만 3조5000억 손실…곳간 비어 부실기업 구조조정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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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지난해 3조+α 적자

산업은행은 지난해 자회사 대우증권을 미래에셋증권에 팔아 약 2조4000억원을 벌었다. 79개 비(非)금융 출자회사 지분 매각과 해외 영업 등으로 벌어들인 돈도 꽤 됐지만 적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업은행의 작년 실적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것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에서만 3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우조선 여신의 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 조정하면서 쌓은 추가 충당금과 하반기 1조8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여신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한 것이 대규모 손실의 배경이다.
STX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이 지난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입은 손실도 상당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STX계열에서만 1조2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한진해운은 9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혔다.
한국수출입은행도 지난해 창립 4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여파로 1조원가량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 여신 규모는 9조원에 달한다. 산업은행과 함께 지난해 여신건전성 분류를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추면서 1조원이 넘는 충당금 부담이 생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대출을 꺼리면서 국책은행들이 ‘독박’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 손실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대규모 손실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국책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손실은 그동안 쌓은 이익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정부 재정 지원 없이도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이태명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