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6억 세금 대신 내주더니…부친 재산 압류 신청한 신동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왼쪽)의 의도와 관계없이 신 총괄회장의 세금을 대신 내준 뒤 신 총괄회장의 재산에 압류(강제집행) 신청을 했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소송이 본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주요 롯데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롯데그룹 측은 보고 있다.

롯데는 신 총괄회장이 지난달 20일 신 전 부회장 측으로부터 주요 재산을 압류하는 강제집행장을 송달받았다고 2일 밝혔다. 모 법무법인의 공증을 받아 작성된 서류에는 채무자가 신 총괄회장으로 돼 있고 채권자는 신 전 부회장으로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제집행은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는 즉시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롯데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신 총괄회장의 다른 가족이 대신 신 전 부회장 측에 대응해 법적 절차를 밟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월 말 증권사들로부터 25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신 총괄회장의 증여세 2126억원을 대납했다. 작년 6월 검찰 조사에서 신 총괄회장이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 등에게 불법으로 주식을 준 것이 적발돼 신 총괄회장이 내야 하는 세금이었다.

신 총괄회장은 한국 롯데 계열사 중 상장사만 해도 롯데제과(6.83%) 롯데쇼핑(0.93%), 롯데칠성음료 보통주(1.3%)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도 0.4%가량 갖고 있다.

롯데는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 심판 때문에 신 전 부회장 측이 강제집행을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에 대법원 판결이 나면 한정후견인으로 지정된 사단법인 선이 신 총괄회장의 재산 처분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신 전 부회장 측이 강제집행에 나섰다는 게 롯데의 분석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