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준비기일서 '청탁-지시' 혐의 부인…"'특기자 배려' 방침 따른 것"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 이인성(54)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청탁이나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게 아니다'라는 취지다.

이 교수의 변호인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절차에서 "정씨가 최씨의 딸이어서 특혜를 준 게 아니다"라며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교수는 최경희 총장으로부터 '정씨가 강의에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받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최씨가 총장에게 특혜를 부탁한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출석을 한 것처럼 출석부가 허위 기재되고 과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받게 된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변호인은 "(수업에) 일부만 출석하고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S'를 받아 합격한 것으로 학적관리 시스템을 입력한 사실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담당 교수인 유모씨에게 개인 및 조별 리포트를 허위로 만들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씨의 출석과 과제물 관리는 유씨의 책임으로 진행됐다"며 "이 교수는 '체육특기생을 관리 배려한다'는 학교방침을 유씨에게 전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학교에서 체육특기생을 관리·배려한다는 방침이 성문화돼 있느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성문화는 돼 있지 않지만, 총장 발언과 회의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이 교수는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는 않았다.

공판준비 절차는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 교수는 2016년 1학기와 여름 계절학기에 수강한 세 과목에서 정씨의 출석과 과제물 점수 등을 부당하게 관리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교수는 강의를 보조하던 유씨 등 겸임교수에게 지시해 정씨가 수업에 출석하거나 과제물을 제출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마치 정상적으로 수업을 출석하고 과제물을 제출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한 성적자료를 교무과에 제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라는 수업에서 정씨가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자 대신 액세서리 사진과 일러스트 등을 첨부해 정씨가 낸 것처럼 꾸미고 학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교수가 최 총장과 공모해 정씨의 학적관리를 해온 것으로 보고 이화여대 교무처장 등 담당자들의 학적관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다음 준비기일은 내달 28일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