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상법 개정안 자료 좀 받을 수 있을까요.”

4대 그룹에 속한 기업의 한 직원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전화를 걸었다. 야당이 기업 대주주 견제를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과 문제점 등을 분석한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다른 몇몇 기업도 잇따라 전경련에서 관련 자료를 챙겨 갔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뒤늦게 상법 개정안 ‘열공’에 들어갔다. 그동안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對)국회 대응을 해온 전경련이 지난해 말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출연 논란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서다.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해 앞으로 ‘독학’을 해야 할 처지가 된 이유도 있다.

야당의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근로자이사제 등 사외이사제도 강화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을 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전경련이 앞장서서 대응해 개별 기업이 상법 개정안 분석이나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 기업별로 뛰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말 전까지만 해도 상법 개정안 핵심 내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국회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4대 그룹 대관팀은 상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모여 회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이를 조율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도 공부에 뛰어들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달 초 대한상의가 국회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전달하기 전에 여러 곳에서 자료를 받아 참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