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1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포럼에서 보통 15분 정도 하는 기조연설을 좀 길게 하겠다며 30분을 달라고 했다. 사회자가 좀 줄여달라고 해도 30분을 꽉 채웠다. 기조연설 뒤 한시간 넘게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안 전 대표는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외교·안보, 교육, 개헌, 대선 연대 등에 대해 쏟아진 질문에 막힘 없이 속도감 있게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일을 해오면서 만든 조직이나 회사가 4개 있다”며 안철수연구소 창업과 기부를 통한 동그라미재단 설립,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설립, 국민의당 창당 등을 꼽았다.

유머도 곁들였다. “대선후보 단일화 함정을 어떻게 피해나갈 것이냐”는 물음에 “정치부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질문받는 게 연대론이다. 그럴 때마다 ‘아재개그’로 ‘연대가 아니라 고~대로 갈 것’이라고 답한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연대론에 대해 “자꾸 연대, 연대 하는데 그러면 고대분들이 섭섭해한다”고 받아넘기곤 했다. 더불어민주당·바른정당 등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회자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이라고 이력을 소개할 때 안 전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동문”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도했다.

대통령 탄핵과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 전망에는 단호하게 “인용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를 두고 정치권 입문 때와 달라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는 2012년 대선후보 사퇴, 2013년 신당 창당 포기 선언으로 ‘간철수(간만 보다 빠진다)’ 등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뒤 4월 총선에서 선전한 것을 계기로 ‘강철수’로 변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최근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날을 세우면서 ‘독철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